판사 출신 박범계 "블랙리스트 판결, 朴 전 대통령 무죄?...앞뒤 안 맞아"

중앙일보

입력

박범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박범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리스트,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1심 판결을 두고 법조·문화계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박 의원은 31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과 관련해 "헌법에는 우리나라를 문화국가원리로 표방하고 있다. 또 평등권의 문제라든지 법치주의, 또 민주적 기본질서. 이런 일반적으로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법리들을 다소 왜곡하거나 외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김기춘 등 다른 유죄가 선고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판단이 모순되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이번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판단한 부분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 1심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재판한 재판부가 아님에도, 굳이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내렸다는 의견이다.

박 의원은 "제가 정말 뜨악한 측면은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의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이 된 그런 지지를 설명하면서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좌파 지원 축소와 우파 지원 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이렇게 단적으로 써놨다"며 "우리 헌법은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그것이 실정법에 위반되는 것만 아니면 그것을 이유로 차별하라고 되어 있지 않다. 민주적 기본질서나 문화국가 원리가 그렇다. 진보적 예술인이라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다른 이들에 대한 판결은 모순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 놓고 정작 김기춘 등의 유죄가 선고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했다. 예를 들어서 여러 부분이 있는데요, 그 중에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부분이나 문예기금지원 부분, 또 영화제 영화관에 대한 지원부분, 이렇게 이런 부분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단지 좌파 또는 정부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 사업에서 배제 지시하는 것은 위법하다. 이런 취지로 해 놨다.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저도 역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한 사람"이라며 "다른 재판부가 원칙과 자기 판단에 철저하지 않으면, 이웃 재판부가 한 재판에 다소 영향을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우려할 대목이라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서울중앙지법이 해당 판결이 나온 직후 논란이 확산하자 이 판결에 대해 공보관을 통해 해명한 일과 관련해서도 박 의원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