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의당의 충격적인 ‘문준용 폭로’ 조작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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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당 캠프가 제시한 ‘문준용 특혜취업 의혹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이었음을 자백했다. 문준용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다. 녹음파일은 준용씨의 유학 시절 친구가 증언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아빠가 (고용정보원 입사) 원서 좀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프리 패스(합격)했다는 얘기를 (준용씨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파일은 대선 나흘 전(5월 5일)에 폭로됨으로써 문 대통령의 도덕성을 강타하는 선거 종반 최대 변수가 됐다. 준용씨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황제 입학’과 비교돼 ‘황제 취업’의 주인공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박주선 위원장은 “녹음파일은 당원 이모씨가 조작, 작성한 것이라고 25일 당에 고백했다”며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문 대통령과 준용씨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어이없고 황당하고 충격적이다. 소식을 들은 문 대통령은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진실의 전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 정치의 거짓과 수치, 불신과 허무함이 응축된 미스터리 사건이다. 우선 박 위원장의 자백 회견이 공당으로서 양심의 가책 때문이 아니라 검찰의 좁혀 오는 수사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당원 이씨가 25일 당에 고백한 데 이어 26일 검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또 이런 허위·조작 범죄가 한 평당원에 의해서만 가능했겠느냐 하는 의심도 풀리지 않는다. 국민의당 지도부까지 참여한 범죄가 아닌지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녹음파일은 카톡 사진과 교묘하게 결합돼 보통 사람은 쉽게 속아 넘어갈 정교한 가짜 뉴스였다. 1인 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라도 가짜 뉴스를 생산 및 대량 유포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절실하다. 거짓 정보가 판치는 선거에선 거짓 정치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각 정당은 물론 유권자 개개인이 가짜 뉴스와 흑색선전에 민주주의를 팔아 넘기지 않겠다는 특별한 주의와 각성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