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불볕더위와 무더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때 이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과 같은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 적당한 단어는 어느 것일까?

㉠무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우선 ‘㉠무더위’부터 살펴보자. ‘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온 말이다. ‘물’이 ‘더위’와 결합하면서 ‘ㄹ’이 탈락해 ‘무더위’가 된 것이다.

따라서 ‘무더위’는 물기가 많은 더위, 즉 습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가리킨다. 일반적 더위와 달리 물기가 많아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는 더위다. 습도가 높으면 그늘에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무더위가 심해져 숨이 턱턱 막힐 정도가 되면 ‘㉢찜통더위’라고 한다. 찜통의 뜨거운 김을 쐬는 것 같은 더위를 뜻한다. ‘가마솥더위’와 비슷한 말이다.

대체로 장마철로 접어들면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는 ‘무더위’가 된다. 그리고 이것이 더욱 심해지면 ‘찜통더위’ ‘가마솥더위’가 되는 것이다. 아직은 습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무더위’나 ‘찜통더위’라 부르기에는 좀 이르다.

정답은 ‘㉡불볕더위’다. ‘불볕더위’는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쬘 때의 더위를 지칭한다. 줄여서 ‘불더위’라고도 한다. 아직은 습기가 많지 않아 햇볕만 피하면 그래도 견딜 만하다. 따라서 ‘무더위’가 아니라 ‘불볕더위’라 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장마가 시작돼야 하지만 아직 기별이 없다고 한다. 당분간은 ‘무더위’가 아닌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