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한 ㆍ일 정상회담 조기 추진… 늦어도 7월 '독일 G20'에서 회담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 위해 한국 측과 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NHK가 12일 보도했다.

한 ㆍ일 정상 첫 통화했지만… "위안부 등 불씨 여전"

전날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첫 전화통화에서 조기 정상회담 개최에 의견이 모아진데 따른 것이다.

NHK는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를 도쿄에서 개최하고 그 기회에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대북 문제 등에서 긴밀하게 의사 소통을 하는 관계를 구축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중앙포토]

상반기 한·중·일 정상회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오는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추진했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의 탄핵정국과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 등이 맞물리면서 무산됐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은 일본의 강한 견제에 반발하며 도쿄 3개국 정상회의 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첫 전화통화에서 관계 개선을 지향하며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아베 총리도 소녀상 문제를 굳이 화제로 삼지 않았다는 점을 평가했다.

다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경 자세가 드러났다"며 "한·일 역사 문제는 여전히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한·일 정상의 전화통화에 대한 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이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차이가 있었다"며 갈등이 잠재돼 있음을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두 정상의 통화 직후 "한국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 국내에는 신중한 의견이 있다"는 표현으로 바꿔서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염두에 두고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런 과제들을 진지하게 다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아예 소개하지 않았다.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중앙포토]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중앙포토]

"일본 지도자들께서 과거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구치 공동선언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발언도 일본 측 설명에는 없었다.

청와대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제사회에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부분을 생략한 채 아베 총리가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문 정권이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룰지 결정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합의 과정을 검증하고 문제점을 정리하면서 일본 정부와 어떻게 협상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12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한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도 추진 중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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