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하는 삼성전자에 묻힌 호실적 기업들…저평가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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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이 삼성전자 독주에 묻혀 저평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사 629곳의 지난해 실적과 최근까지 주가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1년 전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록한 기업은 대체로 주가가 올랐다. 지난해 매출이 늘어난 기업은 355곳이다. 이들 기업 주가는 지난해부터 이달 12일까지 평균 4.58% 상승했다. 영업이익(292곳)과 순이익(244곳)이 늘어난 기업 역시 이 기간 주가가 각각 8.16%, 8.71%씩 올라 상승 폭이 컸다.

그러나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18.76에서 2128.91로 10.95% 올랐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개선돼도 시장 지수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세 지표가 모두 증가한 143곳의 주가 상승률도 6.27%에 그쳤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흑자로 전환한 30곳 주가는 평균 27.62% 올라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보통 실적이 좋아진 회사는 주가 상승률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신광선 한국거래소 팀장은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오른 것은 상장사의 실적 개선 요인 외에도 기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주가 상승에 따른 시가총액 증가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94조700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3%에 달했다. 지난해 초 14.6%에서 크게 불어났다. 반도체시장 호황과 실적 개선 기대감에 외국인을 중심으로 이 종목을 쓸어담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73.9% 뛰며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54.3%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되진 않았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86% 늘었지만 매출(-0.93%)과 순이익(-5.38%)은 각각 감소했다. 시가총액 2위 기업 SK하이닉스도 유사했다. 영업이익(-40.66%)과 순이익(-33.94%)이 모두 1년 전보다 줄었지만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62.52%에 달했다.

한편 지난해 실적이 나빴던 기업은 좋았던 기업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매출이 줄어든 274곳은 주가가 평균 2.75% 올랐지만 영업이익(203곳)과 순이익(182곳)이 감소한 회사는 각각 0.72%, 2.34%씩 하락했다. 세 지표가 모두 나빠진 125곳은 평균 2.71% 주가가 내렸다. 적자 전환한 20곳은 주가가 8.41% 빠져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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