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경영학계 노벨상 받은 '공부벌레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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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장에서 제 이름이 발표될 때 심장이 어느 때보다 힘차게 뛰는 느낌이었어요. 영예로운 상을 받게 돼 기쁩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활동에 전념한 결과인 듯합니다. 물론 교수가 연구에 전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요."

지난 5일(미국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63차 세계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net) 학술대회'에서 '2002년 AMJ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서울대 경영학과 이경묵(李京默.39)교수. 李교수는 이날 시상식에서 상당히 긴장했다고 한다. 최종 수상자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李교수 등 세명의 후보자가 3천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마음을 졸이며 발표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AMJ(Academy of Management Journal)'는 세계경영학회가 두달에 한번씩 내는 학술지. 세계경영학회는 매년 AMJ에 실린 논문 가운데 가장 우수한 논문 1편을 선정해 최우수 논문상을 수여한다. 세계 91개국에서 1만3천7백여명의 경영학 분야 학자들이 세계경영학회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따라서 최우수 논문상은 '경영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AMJ에 논문이 실리는 것도 영광이지만 최우수 논문상을 받는 것은 더욱 어렵다. 2001년의 경우 AMJ에 논문을 응모한 신청자 1천1백24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논문이 실린 학자는 1백91명에 불과했다. 李교수는 지난해 논문 2편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3편의 논문을 AMJ에 게재했다.

그가 수상한 논문의 주제는 '미국 대형 법률법인들의 제도 변화'. 그는 이 논문에서 1980년대 이후 로펌들이 급증하는 법률수요에 비해 로스쿨 졸업생 숫자가 크게 늘지 않는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이론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 어느 누구보다 연구활동을 열심히 해온 학자다. 지난해 논문 7편, 저서 두권을 냈다. 특히 저명 학술지인 SMJ(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도 논문을 게재했다. 지난 5월엔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서울대 상대 동창회로부터 '올해의 교수상'을 받았다.

그는 방학 기간인 요즘에도 오전 9시에 학교 연구실로 출근해 다음날 오전 1~3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연구활동에는 주말도 예외가 없다. 매년 읽는 책도 철학.문학.사회과학 등 각종 분야를 통털어 평균 1백여권에 달할 정도다.

"평소 아내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주말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제 연구실로 데려갑니다. 제가 연구할 때 아이들은 옆에서 책을 보게 하죠. 아이들이 싫증을 낼까봐 '조금 있다가 아빠랑 탁구 치자'라고 달래요."

李교수는 199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듬해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글=하재식,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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