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은 덕장이다. 두산에서 지낸 2년 동안 김 감독은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코칭스태프는 어디까지나 선수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란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kt에 온 뒤에도 김 감독의 생각은 변함 없다.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도 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한 적이 있다. 감독이 화를 내서 성적이 좋아지면 1년 내내 화를 내겠지만 야구가 그렇지 않다. 선수들과 그런 약속을 한 건 시즌에서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 감독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성적에 연연해 조급해지면 팀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캠프에선 분명히 스트레스 없이 선수들이 연습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면 모든 게 달라진다. 경쟁도 있고, 언론과 팬의 관심도 쏟아진다. 하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더 이상의 부담은 주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감독이 선수들을 위해 또 한 가지 배려하는 점은 바로 순위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일부러 "올 시즌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2년 연속 꼴찌를 한 팀이니 감독에게 성적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선수들에 대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서는 편이 아닌 박경수가 스스로 주장 연임을 하겠다고 나서고, 중고참 선수들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그아웃이 제법 시끄러워졌다. 최근 시범경기에서 앞뒤 타순을 이루는 심우준과 하준호는 경기 중간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김진욱 감독이 흐뭇해한 일도 있었다. 심우준은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지만 경기에 관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