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한인여성 '누구나' 노렸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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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LA한인타운 상가에서 20대 한인 여성을 망치로 무차별 폭행한 양재원(22)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무차별 망치 폭행 왜?
경찰 "사전 계획됐다"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는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정황을 공개했다. 양재원은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올림픽과 버몬트 인근 한 상가 2층에서 모르는 피해자를 망치로 40여 초간 24차례 마구 내리쳤다.

경찰에 따르면 양재원의 범행은 즉흥적이기보다는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양재원은 범행 전 망치를 미리 사서 백팩에 넣고 다녔다"며 "한인 여성에 대한 증오가 깊었다"고 밝혔다. 또 "특정인을 노린 것이 아니며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골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양재원과 맞닥트린 '20대 한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무차별 망치 폭행을 당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다만 경찰은 양재원이 왜 20대 한인 여성을 혐오했는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등 직접적인 범행 계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LA카운티 검찰은 양재원이 특정인을 겨냥하진 않았지만 특정 유형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삼은 점을 들어 '혐오 범죄에 의한 특수상황에서의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양재원은 14일 열린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 여성과 만난 한 지인은 "스무 번 넘게 망치로 머리를 맞았는데 살아난 게 기적"이라며 "피해자 본인도 처음 망치에 맞은 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양재원은 지난달 미국에 입국해 명확한 거처 없이 숙박업소를 전전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류언론들도 다수 참석해 양재원의 무차별적 범행을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공개된 사실 외에 추가 정보는 발표하지 않아 회견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제기됐다.

현행범을 체포한 사건을 발생 6일이 지난 후에야 공개한 데 대해 "사건을 숨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재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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