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여력 수조원 … 홈쇼핑 인수 등으로 맞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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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주식시장에서 유통업계 부동의 1위다. 주가가 50만원을 오르 내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긴장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주식시장 상장일(9일, 공모가 40만원)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주가 경쟁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러나 '실탄'을 확보할 롯데쇼핑의 과감한 투자 계획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롯데쇼핑은 투자자들로부터 모을 3조4000억원으로 할인점을 늘리거나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라이벌 회사인 신세계의 구학서(60.사진) 사장을 2일 만났다.

"시너지 효과가 대단할 겁니다."

구 사장은 롯데쇼핑 상장 효과를 이렇게 분석했다. 구 사장은 "서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벌일 것이고, 두 기업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투자자에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롯데쇼핑의 공격적인 경영에 대해서는 "우리도 투자할 여력은 많다"고 응수했다.

그는 "지난해 1조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1조원을 투자한다. 앞으로도 3년 동안 매년 1조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할 여력은 수조원"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는 투자의 일환으로 홈쇼핑 인수합병도 적극 추진 중이다. 구 사장은 "기회가 오거나 가격이 맞으면 언제든지"라며 의욕을 보였다. 온라인 쇼핑몰을 확충할 구상도 밝혔다. 이 분야는 신세계의 약점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장보기를 즐기는 주부들도 앞으로는 인터넷 쇼핑몰을 많이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구 사장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프라인에 강한 기업이 온라인에도 강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구 사장은 "우리는 상품조달력과 물류.배송 분야가 강하다. 온라인 전문업체보다 나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부산에 짓고 있는 복합 쇼핑몰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쇼핑몰 공사 중 온천이 두 곳에서 발견됐는데, "세계 최초로 온천과 쇼핑몰이 결합한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이날 구 사장이 특히 강조한 것이 기부문화. 회사 차원의 기부가 아니라 사주나 경영진, 직원 개인 차원의 기부문화 동참을 역설했다. 그는 "이익도 나지 않는 기업이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기업이 아니라 오너나 직원 개인이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세계는 직원이 낼 만큼의 기부금을 급여에 더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리경영도 거론했다. 받지도 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뷰 도중 그는 모든 신세계 직원들이 갖고 다닌다는 소형 전자계산기를 보여줬다.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했을 때 자기 밥값은 자기가 계산해서 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직원들 명함에 새겨져 있는 '신세계 페이'다. 각자 계산해 낸다는 '더치 페이'를 신세계만의 특수용어로 바꿨다. 그럼에도 말로만 윤리경영이지 대형 할인점의 횡포가 여전하다는 지적에 "100% 윤리경영을 한다고 말하진 않겠다. 횡포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현재는 80점 정도지만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명희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에 대해선 "신세계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분리돼 있다"고 말했다. 오너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거나 신규사업 구상에 역점을 두고, 전문경영인은 기업 경영에 몰두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동섭 산업데스크,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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