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만 있을때만 나른하고 머리 아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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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서 조사, 직장인 80%가 호소
사무실에만 들어서면 온몸이 나른하고 일이 손에 감히지 않는 사람들은 일에 대한 싫증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물병」때문일수도 있다고 영국의 한 보고서가 최근 지적.
런던에 있는 건물 디자인 및 운영 전문상담회사인 건물사용 연구사는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두통이나 눈·코·목 등의 이상, 또는 신체의 노곤함을 호소하다가도 퇴근 후 집에 돌아으면 씻은듯이 증상이 사라지는 「건물명」이 만연되고 있다면서 영국의 경우 46개 대형건물에서 일하는 4천3백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이같은 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직장인들이 호소해온 일반적인 증상은 「몸이 나른하다」가 57%로 가장 많았고 「코가 막힌다」와「두통」이 각각 47%, 「목이 잠긴다」와 「눈이 침침하다」가 각각 46%였다.
의사들은 그러나 이같은 증세가 단순히 건물 때문만은 아니고 개인적인 심리상태나 업무에 대한 열의가 부족한데서도 비롯될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어느 특정한 한가지 이유라기 보다 사무실의 분위기나 건물의 실내장식물 등에서 나오는 냄새, 먼지, 화학적인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쨌든 이 증세 때문에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업무를 외면한채 적당히 시간을 보내거나 기분 전환을 핑계로 자리를 뜨는 일이 빈번하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따르면 주로 단순 반복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같은 회사의 책임자급이나 전문직 종사자에 비해 증세가 30∼50%나 빈발하며 한 사무실에서 여러사람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개인사무실을 따로 갖는 것보다 발병들이 월등히 높고 환기 및 기온조절장치의 유무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건물의 작업 환경을 지나치게 쾌적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질병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며 특히 냉방장치는 그 주범에 해당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건강을 위한 최적의 건물은 난방이나 냉방을 전혀 하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자연상태라는 것.
결국 현대식 건물에 엄청난 돈을 들여 인공적으로 냉·난방장치를 가동하는 것은 경비의 손실일 뿐 아니라 신체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7O년대의 오일 쇼크이후 에너지절약을 위해 자연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사무실에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도록 개인공간을 좁힌 현대건물의 구조는 쉽게 공기오염을 일으켜 실제로는 에너지 낭비와 능률 저하라는 이중 피해를 낳고 있다는 것.
이는 많은 사무실 빌딩이 새로 들어서는 한국에서도 참고할만하다.
기후 변화가 적은 홍콩·싱가포르·미국 남부지역의 사무실 건물들이 인공적인 기온조절대신 자연적인 기후를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직장인들의 건물병을 없앤 예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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