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독감주사 맞았더니 몸에 수은이?…법원 "국가가 2100만원 배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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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군 복무 중이던 김모씨는 제대를 석 달 앞두고 의무대에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은 직후 오른쪽 팔에 심한 통증을 느낀 김씨는 방사선 검사를 받고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팔에 이물질이 들어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김씨는 그해 12월26일 전역하면서 ‘오른쪽 어깨 이물 주입 상태’라고 적시된 공무상병 인증서를 받았다. 이후 병원에선 혈액·조직 검사를 한 결과 팔에 수은이 들어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결국 김씨는 수술로 수은 덩어리를 제거해야 했다.

김씨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의무대에서 수은이 들어있는 체온계와 혈압계를 사용했고, 체온계가 종종 깨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를 토대로 김씨는 2006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군부대 내에서 수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고, 김씨는 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도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불복해 소송까지 냈지만 신체 피해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가 유공자로 등록하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는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무병들이 수은이 들어있는 체온계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주사기 등에 수은이 섞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김씨는 국가의 과실 때문에 팔에 평생 없어지지 않을 수술 흔적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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