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진로상담기관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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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로교육은 국민학교때부터 일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갖추고 다양한 진로선택의 여지를 탐색해보도록 지도하는 것이 최선. 그러나 거의 모두가 대학입시만 을 겨냥하고 숨가빠 하는 현재로는 학생 및 학부모들을 위한 진로상담전문기관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저는 상고3학년인데 가수가 되고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학생이 되어 대학가요제에 참가해야 될텐데…』
청소년들을 위한 각종 상담실 및 상담전화에는 불문곡직, 대학입학을 간절히 바라는 하소연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YMCA 청소년상담실 이명용실장은 『왜 굳이 대학엘 가려느냐?』고 되물으면『대학에도 못가면 뭘 어쩌란 말이냐?』는 대꾸를 듣기 일쑤라며 답답해 한다. 맹목에 가까운 「대학진학의 꿈」을 포기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 보게끔 수험생과 학부모를 설득하기에는 그 밖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진로정보나 자료가 태부족이기 때문.
보라매청소년회관 진학상담실 강명호실장도 『계열에 대한 이해도 없은 채 무작정 대학에만 가겠다는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울 뿐』이라고 털어놓는다.
흥미나 적성에 맞는지는 고사하고, 터무니없는 성적으로 대학진학만 고집하는가 하면, 학교성적이 중간이하인 청소년들이 임시위주의 학교교육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감당하지 못해 『살고싶지 않다』고 호소한다는 것.
현재 해마다 대학진학을 못하는 청소년이 대학진학자의 두곱 쯤이나 되는데도 오히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대학입시교육의 들러리처럼 취급되고 있을뿐더러 그들의 진로선택을 위해 풍부한 참고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진로정보센터조차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다.
성장상담연구소 김중호간사는 『재수생이나 대입 낙방생들이 극심한 좌절감·열등감·소외감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려 애쓰고 있지만 정보부족 때문에 구체적인 진로지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는 「진로」가 아닌 「진학」 상담기관이 서울 보라매공원 안에 유일하게 있을 뿐 각종 진로정보와 자료를 수집·보급하며 전문적 진로지도 및 상담도 실시하는 진로정보기관은 전무한 실정.
한편 한국교육개발원 장석민박사는 『학교마다 진로 정보실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사회단체나 각 교육구청에라도 누구나 쉽사리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진로안내 기관을 둬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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