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막은 대가가 빚더미라니…중소병원 경영난에 폐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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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자발적으로 병원 전체를 폐쇄해 메르스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던 지방의 병원이 최근 파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의료 전문지인 메이게이트뉴스에 따르면 경남 창원의 창원SK병원은 이달 초 운영을 중단했다. 113병상 규모로 정형외과와 내과를 운영하는 이 병원은 최근까지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사실상 폐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S병원은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때 경남지역의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곳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지역에서 두 개의 병원을 거친 뒤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병원 전체를 자진 폐쇄해 지역 확산 방지에 기여했던 창원SK병원이 최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운영을 중단했다. [사진=창원SK병원 홈페이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병원 전체를 자진 폐쇄해 지역 확산 방지에 기여했던 창원SK병원이 최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운영을 중단했다. [사진=창원SK병원 홈페이지]

입원 6일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오갔던 병원 5~7층을 격리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메르스가 확산되면 전체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병원 전체를 코호트 격리했다. 개원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신생 중소병원으로서 쉽지않은 결단이었다.

의료진과 직원, 환자 등 85명이 격리된 채 병원에서 2주간 고립됐다. 당시에는 지방 중소병원의 용기있는 결정에 시민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안상수 창원시장도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했다.

창원SK병원 의료진들이 입원환자의 메르스 확진 판정 이후 격리된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창원SK병원 홈페이지]

창원SK병원 의료진들이 입원환자의 메르스 확진 판정 이후 격리된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창원SK병원 홈페이지]

하지만 손해가 막심했다. 그 해 6월 11일부터 24일까지 운영을 중단하는 바람에 입은 손해가 20억원이 넘었다. 할 수 없이 은행에서 30억원을 빌려 정상화를 위해 힘썼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병원 측은 이달 말쯤 보건소에 폐업 신고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했다"며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메르스 사태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는 강제ㆍ자진폐쇄와 메르스 낙인효과로 인해 수입이 아예 없거나 급감해 도산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의료계의 연쇄 파산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의협은 긴급 예산을 편성해 의료인을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들이 창원SK병원에 남겼던 응원 메시지. [사진=창원SK병원 홈페이지]

시민들이 창원SK병원에 남겼던 응원 메시지. [사진=창원SK병원 홈페이지]

박모 병원장도 자진폐쇄할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게 하면 정부가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다"며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적이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도움은 없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메르스를 막으려고 사실상 인생을 건 의료인에게 돌아오는 게 결국 빚더미와 무관심이라면 다음에 어느 의사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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