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으로 30대 여성 숨져…데이트 폭력 방지법 마련 시급하다는 지적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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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이 ‘데이트 폭력’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한 차례 출동했지만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치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강모(33)씨는 서울 논현동 빌라 주차장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이모(35ㆍ여)씨를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했다. 피해자는 중태에 빠진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나흘 뒤인 13일 결국 숨을 거뒀다.

사건 당일 오후 2시쯤 이씨는 다툼 끝에 헤어졌던 강씨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자 무단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무단침입 혐의가 아닌 별건인 ‘벌금 미납’을 이유로 경찰서에 연행했다. 이씨의 자택 등기부 등본에 강씨가 동거인으로 등록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경찰서에서 벌금 70여만원을 납부하고 풀려난 강씨는 오후 5시쯤 이씨의 집을 다시 찾았다. 강씨는 “할 말이 있으니 잠깐만 내려오라”며 주차장으로 이씨를 불러낸 후 주먹과 발로 이씨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이씨의 머리를 수차례 발로 밟기도 했다. 강씨는 범행 이후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났고, 이튿날인 10일 새벽 대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에 대해 강남서 관계자는 "강씨에 대해 절대 이씨의 집으로 찾아가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씨에게도 전화를 걸어 강씨가 혹시 찾아갈 수 있으니 지인의 집으로 이동하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데이트 폭력'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지난해 2월 데이트 폭력 사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회에서도 스토킹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근지 명령 등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이트 폭력 방지법' 발의를 앞두고 있다.

김민관 기자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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