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머타임이 시작 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일광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에는 1시간 일찍 일어나는 게 영 습관이 안되어 피곤하기도하고 괜스레 짜증도 났다. 서머타임을 실시한 진짜 이유는 딴 데 있다는 소문도 짜증스러움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었다.
낮에 낮잠 한번 마음대로 못 자며 온갖 가사에 시달리는 우리네 주부는 그만큼 활동량이·증가된 셈이다. 갑자기 달라진 생활환경에 가족모두 불평을 한다.
잠을 1시간씩 빼앗겨 억울해(?)하는 두 아들도 서머타임이 싫어 옛날로 돌아가고 싶단다.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난다고 밤에 1시간 일찍 자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저녁 식사를 일찍 하는 우리 집은 시간 맞춰 식사를 하니 자연히 어둡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게 된다. 예전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니까 1시간을 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저녁을 먹고 곧 잠자리에 드는 것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는데 이젠 그 걱정도 덜었다. 취침 전 한 두 시간 여유 있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전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해졌고 오후의 시간이 좀더 자유로와 졌으니 긴긴 여름 해에 자칫 무료하고 나태해지지 않도록 보람있고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좋아하는 책을 좀더 가까이 하고 메말라 가는 정서감정을 살찌우기 위해 잊었던 음악도 들어보리라.
또 틈틈이 짬을 내 미술 전람회나 박물관 등도 들러볼 작정이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아빠의 빠른 귀가다. 아이들과 어울려 말타기놀이를 하는 왁자지껄한 모습이나 집안수선을 한다며 망치를 뚝딱거릴 땐 주부로서의 잔잔한 행복감에 젖어든다.
10월초, 1시간이 늦어져 다시 옛 생활로 돌아가게 되어도 서머타임이 가져다준 유익한시간은 그대로 계속되리라. <서울 성동구 옥수동16의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