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재경부-韓銀 찰떡 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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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밀월'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은법 개정을 둘러싸고 수십년간 대립해왔던 두 기관이 최근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김진표 부총리와 박승 한은 총재를 비롯한 양 기관 핵심간부들이 폭탄주까지 돌리며 코드를 맞춘 직후 한은법 개정안에 합의한데 이어 29일엔 이례적으로 김광림 재경부 차관이 한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 강사로 초청됐다.

강연 주제가 '남북 경협 현황과 평가'이므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장인 金차관을 강사로 초청했다는 게 한은 설명이지만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두 기관은 또 사상 처음으로 다음달부터 서기관급과 차장급 직원을 상대기관에 파견해 교환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은법 개정 과정도 종전과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이달 초 국회에서 재경부 영향을 받는 민간추천 금융통화위원을 줄이고, 한은 부총재를 금통위원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 작업이 본격화하자 재경부는 선뜻 "최대한 한은의 입장을 받아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콜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고도 양 기관 간에는 '사전 합의설'이 퍼질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 또 朴총재는 "金부총리가 역대 부총리 중 가장 합리적인 분"이라고 공개적으로 치켜세우고 金부총리도 재경부에서 콜금리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토록 하는 등 기관장 간 호흡도 잘 맞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기관의 밀월관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오히려 양 기관 간의 적절한 견제가 금융정책이 엉뚱하게 가지 않도록 하는 데 약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두 기관의 화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경제회복의 돌파구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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