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플루토늄 생산 재개…5차 핵실험 강행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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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당국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3년 이후 핵연료 재처리 첫 확인

북한 원자력연구원은 17일 일본 교도통신에 서면으로 “(영변의 5㎿e 원자로인) 흑연감속로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2013년 영변의 원자력 시설 재가동을 선언한 뒤 스스로 핵 재처리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핵 재처리 재개는 핵무기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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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e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해마다 핵무기 두 개 분량에 해당하는 약 6㎏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6월 미 국무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재처리 활동을 재개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 원자력연구원은 또 “핵 무력 건설과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계획대로 생산하고 있다”며 “농축우라늄을 핵무기에 이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또 다른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플루토늄은 고농축우라늄보다 핵무기의 소형화나 다종화에 유리하다.

북한 원자력연구원은 “우리나라(북한)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가맹국이 아닐 뿐 더러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항상 위협하고 있는 조건 아래서 핵실험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5차 핵실험도 강행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달성했으며 수소폭탄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월의 4차 핵실험 때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자력연구원의 이 답변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풀이했다.

이에 대해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2013년 8월 핵시설 재가동을 시작한 북한이 재처리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재처리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건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보도된 대로 북한이 재처리를 했다면 이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5차 핵실험 의지를 분명히 보인 만큼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국·미국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23~24일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북 압박에 나서줄 것을 강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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