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만든 안전지도, 경찰 치안정책에 반영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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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북초등학교와 가현초등학교 등 초·중·고교 6곳이 몰려있는 인천시 서구 신현동은 건축자재를 실은 대형 화물차량들의 자주 오간다. 2017년과 2018년 입주를 앞둔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인근엔 공업 단지도 있다.

신현북초 3학년 김건우·임상준·신가현·임성하·최수현 등 5명의 학생은 발로 뛰며 이런 학교 주변의 위험시설을 지도 위에 기록했다. 폐쇄회로 TV(CCTV) 위치와 쓰레기 무단 투기, 상습 불법 주차 지역은 물론 위험할 때 들어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동 안전 지킴이집 등도 표기했다.

임상준(11)군은 "지도를 만들면서 우리 동네에 이동 안전 지킴이집이 어디 있는지 처음 알게됐다"고 말했다.

신현북초 학생 등이 만든 우리 동네 안전지도가 경찰의 치안 정책에 반영된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최근 우리 학교 안전지도 콘테스트 최우수작 시상식을 열고 신현북초 등 학생들이 만든 안전지도를 해당 지자체 등과 공유해 치안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학생들이 안전지도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인천지방경찰청이 지난달 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우리 학교 안전지도 콘테스트'를 개최하면서부터다. 아이들 시선에서 본 위험지역을 발굴하고 치안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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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우리학교 안전지도 그리기 콘테스트 시상식 장면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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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우리학교 안전지도 그리기 콘테스트 시상식후 참여자들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인천지역 전체 초등학교 247곳 중 71.6%인 177개 학교에서 609개 작품을 내놨다. 경찰은 이중 27개 작품을 선정해 신현북초 등 4개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참여한 학생들은 전담 교사 등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다. 심명섭 인천청 여성보호계장(경정)은 "출품된 작품들이 내용이 구체적인데다 물론 표현력, 창의력도 매우 뛰어났다"며 "심사를 하던 경찰관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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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초6학년 작품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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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북초3학년 작품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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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초3학년 작품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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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초6학년 작품 [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신현북초 학생들과 함께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안전지도는 ▶청량초 6학년 이아선 학생 등 5명, ▶작동초 3학년 김도연 학생 등 4명, ▶경원초 6학년 조수현 학생 등 5명이다.

연수구 청량초 학생들은 위험한 곳을 순위별로 선정해 눈길을 모았다. 유흥가 골목이나 주차장 출입구·주차장 출입구와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은 갓길 등 차가 많은 곳을 가장 위험한 곳으로 뽑았다. 임시도로나 안내판이 없는 공사현장과 후면거울 등 안전장치가 없는 길가,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없는 곳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지역은 빨간색, 안전지대는 초록색으로 정리했다.

계양구 작동초 학생들은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 으슥한 공터 등 위험 현장 등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기록했다. 치안센터나 동주민센터 등 공공시설 등도 세세하게 기록했다. 남구 경원초 학생들은 안전지역은 녹색, 위험지역은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사진과 함께 '위험·안전'구역으로 선정한 이유와 '순찰 강화'나 '파손 공간 보수' 등도 요구했다.

학생들이 지적한 위험구역에는 특히 교통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차와 보행자가 뒤섞여 다니는 학교 앞 도로나 주차장 출입구, 불법 주·정차가 돼 있는 갓길 등이다.

심명섭 여성보호계장은 "으슥한 공터나 지하주차장 입구, CCTV가 없는 구역 등 성인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범죄 사각지대를 아이들이 발견해 놀라웠다"며 "문제점이 발견된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점검해 맞춤형 치안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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