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분위기」깨지 말자" 서로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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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원안정법처리를 위해 구상됐던 8월 국회가 학원안정법의보류로 「민생국회」의 모습으로 열리게 됐다.
갖은 풍파와 우여곡절을 거쳐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가 여야중진의 잇단 대화에 이어 3당대표회담을 통해 여야합의에 의한 공동소집이라는 형식을 갖추게 된 것은 학원안정법을 둘러싼 격돌의 일보 전에서 가까스로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당분간 그런 분위기를 지속시켜 나가야겠다는 자제의 필요성을 여야 모두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야 간에 그나마 임시국회공동소집의 장애가 되었던 조세감면규제법문제에 있어서도 민정당 측이 9윌 국회로 넘길 수 있다는 융통성을 보이고, 신민당 측도 굳이 임시국회에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여 타결 점을 찾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안정법이 보류된 후 여당에는 내심 학원안정법 처리를 목표로 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생을 표방했던 8윌 국회의 처리가 남은 과제였었다.
민정당 측은 처음에는 문제의 학원안정법이 보류됐으므로 추예와 조세감면규제법만을 다루는 8월 국회를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고창했지만 그 결의는 반드시 적극적인 것은 아니었다.
19일 상오 민정당 확대회의의 분위기는 학원 법이 보류되면 임시국회에 응하겠다는 야당측의 약속을 들어 강력히 밀고 나가되 무리하게 단독소집을 강행할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19일 하오 이세기 총무가 정부측과 협의 한 후 민정당의 태도는 보다 강경해져서 야당 측이 거부할 경우 단독소집도 불사하겠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것 같다. 우선 민정당 측이 당초부터「민생국희」를 주장했던 명분을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학원안정법이 보류되긴 했지만 민정당으로서는 민생을 다루기 위해 국회를 연다는 일관된 자세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것 같다.
또 하나는 야당에 대한 불만이다. 학원안정법을 보류하면 국회공동소집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는 조세감면규제법처리의 반대를 내걸어 먼저 부실기업실태조사 특위를 구성해야한다고 조건을 내거는 것은 일종의 위약이라는 게 민정당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민정당에 더욱 중요했던 것은 여당이 한번 국회소집을 공언했다면 끝까지 이률 관철해야만 한다는 명분이 아니었나싶다.
물론 추예가 통과되면 경제성장에 0.2%의 플러스 효과가 있고 조세감면규제법도 시급한 부실기업정리 및 앞으로 산업구조 개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국회의 단독소집을 강행하면서까지 처리해야 할 만큼 절박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민정당 측이 국회소집을 주장하고 나온 데 대해 신민당 측은 극히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학원안정법보류→민생국회공동소집의 언질에 대해 어느정도책임은 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학원 법 반대라는 쪽에 더 적극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이고 따라서 9월 국회를 한 달 남겨놓은 지금 꼭 국회를 열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추예의 심의처리는 찬성하나 조감법 처리를 위한 국회소집에는 반대하며, 그렇더라도 여당이 굳이 국회를 단독으로라도 열면 참석을 하기는 하겠다는 등 엉거주춤한 태세였다. 그러나 만약 민정당이 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하게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학원법의 일단연기로 모처럼 조성된 대화분위기를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야당 역시 이런 일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결국 3당 대표들이 이러한 거북한 상황의 매듭을 풀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여야 간의 이같은 소극적인 대화분위기는 이번 임시국회에 그대로 작용할 것 같다.
우선 회기가 여러 가지 문제를 거론할 만큼 길지 못하다.
민정당 측은 가급적 8월중으로 끝낼 생각이고, 신민당이나 야당 측도 길게 할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또 임시국회를 최대로 할 수 있는 시간도 18일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의제 또한 그렇다. 2천5백억 원 규모의 추예에 대해서는 야당 측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조세감면규제법의 심의문제를 놓고 양측이 약간의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측은 이 법의 통과를 절실히 바라고있으나 민정당 측은 이번 회기내 처리를 굳이 고집할 생각이 없다. 국민당이 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고, 민정당 측도 심의는 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지만 그걸로 무슨 풍파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다.
신민당 측도 대화분위기의 지속을 희망하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정치문제는 민감한 사항의 거론을 자제하고 정부 여당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보이고있다.
국민당 측이 별러 온대로 학원특위의 구성문제를 제기한다면 학원문제가 논의 될 수도 있겠지만 특위설치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의견이 오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 측이 개헌, 사면, 복권 문제를 일단 거론은 할지 모르나 그 강도도 결코 높지 않을 것 같다.
신민당 측은 내주에 당내 개헌특위를 구성할 작정이어서 본격적인 개헌공세는 9월 정기국회에서나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정당 측은 민생에 초점을 맞추려 할 것이고 야당 측도 민생문제는 원래 자기들이 주장하던 문제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역시 시비의 여지는 없을 전망이다.
결국 이번 국회는 여야가 정치문제에서의 본격대결을 미루고 자제의 분위기 속에서 서로체면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열게되는 자투리 국회인 만큼 첨예한 대결이 빚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해도 괜찮을 것 갈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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