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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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처」영국수상은 두개의 별명을 갖고 있다. 하나는 소련의 프라우다지가 붙여준 「철의 여인」, 또 하나는 노동당이 선물한 「보수당원중 유일한 남자당원」-.
「대처」자신은 『밖에서는 보수당 당수, 안에서는 주부일 뿐』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수 10년, 재상 6년의 관록은 정치인 「대처」의 모습을 당수나 주부로만 보이게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소리나는 전쟁」과 「소리없는 전쟁」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한 철인이 되었다.
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의 승리에 이어 최근엔 1년이나 계속되어 온 탄광노조와의 지구전에서 다시 완승을 기록했다.
불과 반년전만 해도 영국 정계가 후임 수상을 물색할 정도로 「대처」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탄광노조의 파업에 운수노조까지 합세해 「대처」수상의 목을 죄는것 같았다.
40%의 식료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영국으로서는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한다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74년 보수당의 「히드」수상은 탄광노조파업으로 물러났다. 노동당의 「캘러헌」수상을 밀어낸 것은 운수노조였다.
지난해 봄부터 시작된 탄광노조파업은 적자 탄광의 폐쇄와 광부 2만명의 감원이 불씨였다. 그러나「대처」는 영국 산업의 재편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했다.
아뭏든 이 총성없는 전쟁은 1년여를 끌어오며 신경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대처」는 1보도 후퇴하지 않았다.
「대처」의 철학은 『좋은 상품을 싼값에 만들어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인플레를 다스리고 실업을 줄이는 길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대처」는 81년 22%에 달했던 인플레를 4년만에 5%로 가라앉혔다. 지금은 3백만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문제다.
그는 이들에게 「놀고 먹는 복지」보다는 산업구조의 합리화를 통한「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철벽같아서 요지부동이다.
한 일화가 있다. 최근 일본차가 몰려오자 영국의 자동차회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대처」에게 대책을 요구했다. 이때 「대처」수상이 한 말이 있다.『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서 달려온자동차와 경쟁해 이길 수 없다면 바로 그 영국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일본차를 탓하기 전에 영국차의 품질과 경영을 개선해 국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
「대처」수상의 장점은 무쇠같은 옹고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신념에 찬 리더십에 있다. 그런 리더를 탄생시킨 영국의 민주주의야말로 진짜 철의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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