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선거방송」…보다 잘할 수 있다"|「2·12」총선 앞두고 방송국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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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에 과연 공영방송이 있는 것인지? 있다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제12대 국회의원선거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공정한 정치방송보도를 외면하다시피하는 공영방송의 침착함(?)에 의아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로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일이라면 앞장서서 국민을 선도하겠다는 기치아래 적극성을 보이던 공영방송이 아니었던가?
평소 국제가요제니 대형스포츠행사 등은 전국을 축제의 분위기로 휩싸이도록 힘을 쏟던 공영방송이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공개토론의 양도 한번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반면 유권자인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는 일부 편파적인 선거계몽 프로그램을 희극화하여 방영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논쟁을 중시하는 선거전에서 TV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또 중요한 만큼 특정 당이나 특정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오도할 수 있는 위험성도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유의해야한다. 따라서 외국의 경우는 정당간의 균등한 시간 및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평등원칙을 지키면서 TV에 출연하여 정정당당한 정책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TV를 이용한 선거전이 결국 전 국민에게 입후보자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기회를 마련하기 때문에 유언비어·선동 등의 변칙적인 선거운동에 의해 표를 결정하는 우를 방지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TV방송에 의한 정책대결의 대표적인 예로는 1960년의 「케네디」와 「닉슨」의 대토론 (Great D ebate)을 비롯하여 「레이건」 「카터」의 대결등이 있고 지난해 「레이건」-「먼데일」의 TV공개토론장면은 아직도 우리 뇌리에 생생하지 않은가.
가까운 일본만 해도 각 후보의 TV· 신문 등 대중매체의 이용, 시간·지면 등을 똑같이 규정하는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정치방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다른 것은 모방하는데 상당히 민첩함을 보이면서도 왜 이런 공정한 선거방송은 본 받지 못하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우리 나라도 공영방송의 기능에 충실한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전을 공명정대하게 국민에게 알리는 객관적인 정치방송보도에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단 정치방송을 위한 TV의 활용에 있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텔리비전에 의한 정치방송에서 쟁점이나 정책보다는 후보자의 개인적 이미지만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이미지 호소에 너무 치중하게 되면 방침이나 정책의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과정자체를 타락시길 우려가 있다.
둘째, 시청자들이 시청하는 정치가 마치 코미디나 쇼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흥미본위의 대상이 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신중하고 차분한 판단기준에 의한 선택이 방해받을 염려가 생기게 된다.
셋째, TV의 굴절작용 때문에 발생하는, TV를 통해 경험하는 정치상과 실제 정치 현상과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제반장치를 철저히 마련한 올바른 TV정치방송이 우리의 민주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를 위해 방송은 대상후보에게 균등한 시간과 기회를 부여한다는 원칙 하에 정책대결토론이나 유세중계에 충실하고, 후보자는TV화면에 나올 때 성실하고 정직한 자세로 자신을 내보이려는 진실성이 깃들어 있어야 하며, 유권자는 화면을 대할 때 냉철한 선별력과 차분한 식별감각을 지니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당간의 여과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TV공개토론과 이를 통해 여야의 정책·쟁점을 국민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방영이 활발해지기를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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