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대 무슬림 여성이 펜싱을 선택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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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쓰고 올림픽에 출전할 첫 미국 무슬림 국가대표 선수가 등장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펜싱 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30)가 지난달 3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 월드컵대회 여자 사브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미국 대표 자격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무슬림인 무함마드는 경기를 할 때도 항상 히잡을 착용한다.

뉴저지 주에서 태어난 무함마드는 13살 때부터 펜싱을 시작했다. 온몸을 가리는 펜싱 복장이 무슬림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여긴 부모가 그에게 펜싱을 권했다. 뉴저지주 컬럼비아고교 펜싱팀 주장을 거쳐 2004년 듀크대에 입학해 3년 연속 전미 대학생 펜싱 대표팀에 선정될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다.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국제관계학·아프리카지역학을 복수전공하고 2007년 2개 학위를 취득해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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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펜싱에 매진한 건 대학을 졸업한 이후였다. 무함마드는 "흑인이자 무슬림 여성이 펜싱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전업 펜싱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며 "보이지 않는 인종과 종교의 장벽을 깨뜨리고 싶었다"고 미국올림픽위원회에 말했다. 현재 세계 랭킹 11위, 미국 랭킹 3위다. 시련도 있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던 중 손목 인대가 끊어지면서 대회를 포기해야 했다.

그는 의류소매업체 사장이기도 하다. 2014년 친동생들과 함께 온라인 의류소매업체 '루엘라'를 설립했다. 몸 대부분을 가리는 옷을 주로 판매한다. 동생들과 몇 시간씩 화상 전화로 경영 회의를 하거나 직접 신상품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사업에도 열심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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