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독실한 신자인데…" 종교 내세운 신종사기

미주중앙

입력

"주님을 믿습니다! 하나님 믿고 제게 당신의 정보를 주세요."

종교를 내세운 소셜미디어 신종사기가 등장했다.

크리스 이(가명)씨는 최근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한 백인 할머니로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받았다. 친구가 돼 반갑다며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소개했다. 페이스북에서 이 여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이씨는 별 의심 없이 이 여성과 메신저에서 대화를 했다.

주로 종교, 하나님에 대한 내용이었다. 며칠 후 이 여성은 자세히 얘기하고 싶다며 이씨의 이메일 주소를 달라고 했다. 이후 이메일을 주고 받길 몇 차례. 이 여성이 개인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유방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자신의 재산 500만 달러를 하나님을 위해 쓰고 싶은데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재산 일부를 이씨에게 위탁할 테니 자신을 대신해 봉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은행 계좌 정보와 은행에서 받은 편지 사본을 보내며 자신의 신탁 계좌에 있는 돈을 송금하려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믿음으로 맺어진' 이씨는 이름과 운전면허번호, 자신의 사업체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알려줬다. 특별히 손해볼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이후 알아보니 이 여성의 페이스북 정보는 모두 가짜였고 페이스북에 있는 사진도 다른 사람의 것을 도용한 것이었다"며 "아직 금전적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내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 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에 대한 얘기만 하고 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어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한인 중엔 기독교인이 많은데 조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종교를 내세워, 그것도 자선금을 준다며 개인정보를 훔치는 사기는 가장 최근에 생겨난 변종 사기다. 기존에는 런던이나 홍콩에 있는 은행 관계자가 찾아가지 않은 예금이 있는데 국고로 환수되니 돈을 반씩 나눠 갖자거나, 나이지리아 등에 사는 재력가가 숨지며 남긴 유산을 당신이 상속하게 됐다며 정보를 요구하는 사기였다.

LA경찰국(LAPD) 사이버범죄수사과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내용인데도 속는 피해자가 있다. 무엇보다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겠다는 것이어서 현혹되기 쉽다"며 "유출된 개인정보가 가짜 크레딧카드 제작 등에 도용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 (213)533-4657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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