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 울어도 100번째만 웃으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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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22일 ‘5자회동’에서 역사 교과서 문제로 박 대통령을 공격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해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23일엔 기자들에게 “(당·청이 하려는) 개혁을 (야당이) 발목 잡고 있어 우리는 허파가 뒤집어지려 한다”고 했다. 앞서 21일엔 “박 대통령처럼 개혁적인 대통령을 만나기도 힘들다”고도 했다.

김무성 ‘대통령 호위무사’ 왜
청와대와 밀착해야 대선고지 유리
총선 여권 단합에 도움 판단한 듯

 이런 김 대표에게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놓고 당·청이 충돌했던 지난 1일 당 의원총회에서 그는 “청와대가 당 대표를 모욕했다. 오늘까지만 참겠다”는 경고를 날렸다. 이랬던 김 대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비박근혜계에선 그래서 “성격이 무른 ‘무대(김 대표의 별명)’가 또 박 대통령에게 완전히 밀렸다” “내년 공천 때도 보나마나다”란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다. 연일 박 대통령에게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이는 김 대표의 행보가 전략적인 것이란 주장이다. 그의 한 측근은 “다 생각이 있어 김 대표도 청와대와 밀착하는 것”이라며 “그 생각이 뭔지는, 요즘 그가 자주하는 말 속에 다 녹아 있다”고 귀띔했다.

 ①“보수의 최대 무기는 단합”=총선을 6개월 앞두고 김 대표가 가장 자주하는 말은 “선거 때 보수정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분열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진보는 늘 분열한다. 우리 새누리당이 뭉치기만 하면 내년 총선에서 175석도 거뜬하다”는 예상도 단골 메뉴다. 총선을 위한 여권 단합이 요즘 화두라는 뜻이다.

 이런 만큼 보수진영을 똘똘 뭉치게 해주는 역사 교과서 논쟁은 그에게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이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40%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끌어안는 것이 내년 총선뿐 아니라 자신의 대권 행보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②“100번째만 웃으면 된다”=앞서 ▶개헌 발언 파동(지난해 10월) ▶K-Y(김무성-유승민) 메모 파문(지난 1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국면(지난 7월)에서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크게 반발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요즘엔 아예 공천 룰 다툼의 불씨가 남아 있는데도 대통령과 더 밀착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요즘 사석에서 이런 답을 한다고 한다. “99번 울어도 100번째만 웃으면 된다.” 결정적인 순간까진 청와대와 틀어질 필요가 없고 대통령과 각을 세워선 선거에서 결코 유리할 게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같은 ‘100번째 웃음론’으로 비춰 보면 당장은 인기가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들에 총대를 메는 김 대표에 대한 궁금증도 풀린다. 그는 최근 “노동개혁을 이끌어 달라”는 청와대 측 기류에 “공무원연금 개혁도 겨우 했는데 당에서 또 하느냐고 난색을 표했지만 현재 노동개혁의 전위부대는 김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 지도부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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