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테크놀로지를 만났을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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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31면

이미지 연극의 정수를 만난다. ‘무대 위의 마법사’로 불리는 캐나다의 거장 로베르 르빠쥬가 8년 만에 내한해 대표작을 선보인다. ‘바늘과 아편’은 1991년 영상과 기계 장치로 놀라운 비주얼 이미지를 직조해 텍스트 위주의 연극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작품. 2013년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최신 버전으로 찾아온다.


20세기 문화예술계의 두 거장인 장 콕토와 마일즈 데이비스의 실화를 모티브로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사랑의 중독과 이별의 상실감을 가슴 사무치게 그려낸다. 작품의 백미는 영화적 테크놀로지를 과감하게 차용한 비주얼 시퀀스.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큐브’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 뉴욕의 거리, 파리의 재즈 클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이 콜라주처럼 펼쳐지며 이별의 여운을 전한다.


‘Gnrique’‘L’assassinat de Carala’ 등 작품 곳곳에 흐르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명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OST도 감수성을 더한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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