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동남아에 편견 있어 보여 … 정 깊은 문화는 좋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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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체험숲 와나가마에서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왼쪽 셋째)과 한국·아세안 지역 대학생들이 체험 학습의 일환으로 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 한·아세안센터]

“한국 사람들은 동남아 국가가 가난하다는 편견 때문에 일종의 우월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국립 필리핀대에서 산림학을 전공한 휴버트 데일 리냐(22)는 “한국 문화를 접한 뒤 꼭 한번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한국인의 동남아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지역의 대학생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에 대해 느끼는 불만을 드러냈다. 한·아세안센터와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아포코)가 최근 공동 주최한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 자리에서였다.

 계명대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는 이진(24)씨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동남아에서 왔다고 하면 은근히 깔보던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워크숍을 통해 동남아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할 뿐 아니라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성대 무역학과에 재학중인 최지훈(27)씨는 “워크숍을 통해 다 함께 지내면서 모두 친구가 된 만큼 앞으로는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 대학생들은 서로 어색해 하던 것도 잠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한국 가수 빅뱅·엑소·2NE1에 열광하고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본다는 이야기를 나눌 땐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됐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휴대전화로 빅뱅의 ‘뱅뱅뱅’ ‘루저’ 등을 틀고 함께 불렀다.

 한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현재 고려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엔다미아 에스더 피엠(17·인도네시아)은 요즘 K-팝과 한국의 노래방 문화에 푹 빠져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정이 깊은 것 같다”며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 중 하나가 노래방에서 다 같이 어울려 노래 부르고 춤 췄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은 ‘산림 보존’과 ‘한·아세안 청년 교류’를 주제로 8박 9일간 진행됐다. 지난 10~12일엔 서울과 강원도에서, 13~17일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됐다. 강원도의 생태 숲 숲체원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생태 숲 와나가마에서는 이틀간 직접 나무를 심고 숲에서 잠을 자며 산림 보존의 필요성을 체험했다.

족자카르타=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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