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센카쿠 갈등 풀어나갈 지역별 신뢰 구축 협의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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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의 분단과 동북아 100년의 미래’를 주제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제5회 동아시아공동체포럼이 3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왼쪽 첫째)과 조태용 외교부 1차관(왼쪽 여덟째), 천젠 전 중국 외교부 차관보(왼쪽 아홉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다양한 협의체를 만들자.”

 한국·중국·일본의 학자들이 동북아 지역 100년의 미래를 위해 내놓은 제안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3일 ‘70년의 분단과 동북아 100년의 미래’를 주제로 제5회 동아시아공동체포럼을 열었다. 본지가 후원한 이날 포럼에는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천젠(陳健) 전 중국 외교차관보,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전 일본 외무성 심의관(차관보급) 등이 참석했다.

 김성한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체제만으로는 동북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한·미·일, 한·중·일, 한·미·중 등 ‘소다자’(小多者)주의를 활발히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중·일 협력은 북한 문제 등 경성 안보 문제보다 재난 구조나 인도적 구호 등 연성 안보 문제에서부터 협력을 구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중층적 기능주의(multilayered functionalism)’를 제시했다. 한반도, 동북아, 동아시아 등 지역별로 가장 시급한 사안을 찾아 신뢰 구축을 위한 협력체를 만들어가자는 주장이다. 한반도에선 북핵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5자(한·미·일·중·러) 협의체를 만들고, 동북아 지역에선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4자(한·미·일·중) 협력 체제를 만드는 식이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센카쿠에서 갈등이 계속되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군사적인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며 “한·중·일 군대 간의 군사 핫라인 구축, 국방예산의 투명성 등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공존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첸젠 전 차관보는 “연내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FTA 협정을 조속히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TPP와 RCEP가 상호 보완 작용을 해 지역경제화의 일체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카 전 심의관도 “TPP와 RCEP을 장기적으로 통합해 커다란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한·중·일 3국 협력이 있을 때 가능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소지역 차원의 협의 포럼이 없다”며 “소지역 포럼이 생긴다면 양자 관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소통과 대화를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점에서 이 지역 모든 국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도 언급이 있었다. 첸젠 전 차관보는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은 역사수정주의와 군사확장주의란 위험한 선택을 하고 중국의 위협을 과대 포장하면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 상대로 몰아가고 있다”며 “일본이 국제 정세를 오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바야시 소메이(小林聰明) 니혼대 교수는 “역사 문제의 해결은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와 체결한 양국 간의 협정에 의해 해결돼야 하지만, 최근 그간의 화해 시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역사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우선 문제 해결의 여지를 제시할 수 있는 ‘동아시아 아카이브(archive·사료실) 센터’를 만들자”고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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