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1000만원 이하 성공보수 징계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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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무효’라는 지난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후폭풍이 거세다. 변호사 단체는 물론이고 큰 타격을 입게 된 대형 로펌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건 착수금에 별도로 성공보수를 책정해 오던 기존 수임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7일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금지에 따른 후속대책 회의’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안건은 크게 두 가지다. ▶형사사건 표준 수임약정서 배포 ▶향후 성공보수를 받는 변호사에 대한 징계 문제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당장 형사사건 수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의뢰인이나 변호사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형사사건 표준 수임약정서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라며 “경찰·검찰 수사, 재판 선고 등 단계별로 보수를 약정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예컨대 현재는 불기소 또는 불구속기소·영장기각·집행유예·무죄 선고 등 성공보수 위주로 수임 약정이 체결되는데, 앞으로는 결과와 상관없이 ▶변호사 상담 ▶피의자 신문 ▶재판 변론 등 단계별로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서울변회는 아울러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포함해 수임료 총액이 1000만원 이하인 사건에 대해서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현재 서울변회 내부 규정에는 성공보수와 관련된 징계 조항이 없다”며 “향후 과도한 성공보수를 요구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 조항을 추가하되 착수금 포함 보수로 1000만원 이하를 받는 때엔 징계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성공보수로 수억원씩 받는 사례는 일부 전관(前官) 출신 변호사들에 해당될 뿐 ‘생계형 변호사’에게까지 성공보수 금지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과 변호사들도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앤장·태평양·세종 등 대형 로펌들은 기존 ‘착수금+성공보수’ 위주였던 수임체계를 ‘타임 차지(time charge·시간제 보수)’ 방식으로 확대·개편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A로펌 관계자는 “대형 로펌이 맡는 형사사건의 70~80%가 기업이나 총수 관련 사건인데 지금까지는 타임 차지를 일부만 해온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전면적인 타임 차지로 가고 나머지 20~30%의 개인 사건은 성공보수 대신 착수금을 현행보다 1.5~2배가량 높게 책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B로펌 관계자도 “착수금을 올리되 2~3회 분할급으로 받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현재 타임 차지 수임체계의 경우 1년차 변호사 기준 시간당 보수가 20만원이고 연차에 따라 5만원씩 추가된다고 한다. 대법원 판결로 판사·검사 등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상 전관 변호사의 경우 ‘착수금 2000만~3000만원에 성공보수 5000만~수억원대’로 성공보수에서 큰 이익을 남겼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뇌물 사건의 경우 착수금 4000만원에 구속영장 기각·기소유예 등은 2억원, 재판 단계에서 집행유예 5000만원, 무죄 1억원을 성공보수로 받았다”며 “앞으로는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는 사건은 착수금을 1억원 선부터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는 이미 약정한 성공보수까지 받지 못하는 ‘미수금 대란’도 우려한다.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소급 적용은 없다’고 했지만 이미 성공보수가 무효라고 선언한 상황에서 누가 돈을 내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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