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들, 고맙다…대학생 공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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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 로레알코리아의 공모전에서 우승한 서울대 팀. 왼쪽부터 조민근.홍혜원.한민석씨.

'로레알은 스튜디오 라인이라는 헤어스타일링 제품(무스.젤 등)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할 전략을 짜라.'

로레알코리아가 최근 실시한 대학생 마케팅 공모전인 '로레알 브랜드 스톰 2005'의 과제다. 실제 자사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공모전에서 우승한 서울대의 조민근(경제학4), 한민석.홍혜원(경영학3)씨 팀은 거리에서 50명의 젊은이를 인터뷰하고, 인터넷에서 네티즌 200명을 설문조사해 전략을 세웠다. 이들의 판매 전략은 '심플 스타일'이란 이름으로 '간단히 멋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로레알 코리아 관계자는 "공모작 내용중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임원들이 메모를 해 놓고 실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꿩먹고 알먹기식 공모전'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는 동시에 경영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얻고 있는 셈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소트트웨어 경진대회인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컵 2005' 한국대표 선발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대회 취지를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좋은 작품은 자사 상품으로 실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진대회에서 오피스 디자인 부문 우승은 서울대 이수범.이경준(전기공학 4), 서상민(컴퓨터공학4)씨 팀이 했다. 이들이 개발한 것은 전시회에 갔을 때 어떤 작품 앞에 서면 관계된 모든 정보가 관람객이 지닌 개인휴대단말기(PDA)에 떠오르는 시스템이다.

한국MS 관계자는 "올해 우승작은 조금만 손질하면 시판 상품으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매년 나라를 바꿔가면서 특정 대학과 협력해 디자인 수업을 개설하고, 수강 학생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한다. 예를 들어 산업디자인과 학생에게 수업 시간에 '2010년형 인피니티 모델을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주는 방식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일본 본사의 디자인센터에서 매년 학생들의 수상 작품을 검토해 실제 디자인 작업에 참고한다"며 "우승팀 학생은 원할 경우 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특혜도 준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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