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은 뜨겁다.(2) 조직대 개인기의 득표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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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표밭에서 진행중인 각 정당의 선거작전을 보면 민정당이 지구당마다 팩시밀리까지 갖추고 계획적·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비해 야당은 대부분 태세정비도 못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개인기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민정당은 「종반전 주력」방침에 따라 아직은 화끈한 득표운동을 표면화시키지는 않으면서 △중앙·지방차원에서 야당바람, 특히 신당바람을 억제하고 △지역구의 유지협의체인 지역협의회를 활용하며 △민원을 해결해 주고 △30%확대시킨 당원조직을 가동한다는 것이 대체로 전국지역구에서 공통되는 방식이다.
민정당후보들은 당초 경계했던 신당바람이 진정되자 안도하는 눈치들이다.
서울의 5∼6곳, 부산 4곳, 광주와 전남일부의 거점형성식 신당바람이 일고 있을뿐 이것이 전국적 규모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특히 미해금자에 대한 법적 조치등 정부의 강경대응이 신당바람의 억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 강원 충남북 전북 경북등에는 뚜렷한 신당후보가 없다는 것이 민정당의 분석이다.
경북 대구지방의 경우 『신당후보가 아니라 구당후보』라는 말을 타당경쟁자들이 공공연히 하고있다.
민정당은 선거의 조기과열이 이롭지 못하다고 판단, 초반전은 조용하게 치른다는 전술. 어차피 과열될 막판에 「화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선 자금사용을 자체하고 친여단체도 은밀하게 활용하는 정도. 이런 조용한 초반전 방침때문에 『1천만∼2천만원의 「착수금」만 받아들고 내려와 며칠만에 다 날려버렸다』고 입이 부어있는 후보들도 있다.
그러나 야당측 주장으로는 민정당 후보들은 「호황」이라는 것. 아무래도 여당후보에게는 기업의 재정지원도 크다는 얘기들이다.
민정당 후보들이 가장 활용하는 것은 지역협의회. 대구의 모의원의 경우 지역협의회간부가 마련한 「우리동네 개발을 위한 모임」에 출석해 애로사항 해결을 약속하면 『저절로 선거운동이 된다』고 실토.
야당측은 『말깨나 하는 사람은 몽땅 쓸어갔으니…』라고 불평들이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는 눈치다.
여당측은 일단 『행정관서에 의존하는 내색은 보이지말라』는 지시를 받고있다. 지난번 3당3역 회의에서 합의한대로 민정당당적을 가진 통·반장들도 일단 모두 사표를 내게 했다.
그러나 야당측의 지적에 따르면 『사표만 냈을뿐 후임을 임명하지 않아 사실상 교체된 것은 아니다』며 『한달만 참으면 재임명해준다는 약속을 했다더라』고 공격하고있다.
서울의 경우 야당측으로부터 행정선거를 한다고 비난을 받고있는 모후보를 『자칫하다간 서울의 다른 후보에게까지 찬물을 끼얹게된다』고 다른 민정당후보들이 은근히 견제하는 현상도 있다. 서울출신 의원들의 또 한가지 고민은 학생들의 선거개입. 『만약 유세장에서 데모가 일어 최루탄가스라도 쏘는 날이면 서울은 큰일』이라는 위기의식이 도사리고있다. 정부측에서 학생들의 선거개입엄단을 발표한바 있지만 당에서도 『모든 조직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히 사전 봉쇄하라』는 지침을 주고있다.
민정당의 분석으로는 92개지역중 63개지구는 1위 당선이 무난하고 29개지구가 △1위 경합중이거나 △3파·4파전양상을 보이는 곳. 그래서 특별지원반을 상주시키는 한편 고위당직자들의 중복지원으로 모두 1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작전이다. 이미 모든 지구가 당원 30% 증가목표를 달성했고 김포-부천의 박규식씨 경우는 당원을 무려 4만5천명이나 확보했다고 호언할 정도다.
여당후보의 경우는 특히 굵직한 민원해결로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 표모으기에는 큰몫을 차지한다. 충북진천 괴산의 김종호의원은 음성고동문회에서 1억2천만원규모의 도서관건립을 즉석에서 약속했고 김천-상주에서는 지역개발을위해 김상구씨에게 『몰표를 줘야한다』는 여론에 야당후보까지 위축될 정도라는 것.
이처럼 용의주도한 민정당의 선거작전에 비하면 야당측은 거의 주먹구구식.
야당측은 △대정부공세 △유세전 △중앙차원에서의 직선제개헌론등에 의한 선거바람 △미해금 재야거물의 영향력등으로 「바람」이 일기를 주로 기다리면서 개인인기와 사조직에 의존하는 득표작전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민한·신당후보들은 엄동설한의 유세장에 청중이 모이겠느냐는 날씨걱정에서부터 홍보억제로 바람이 가로막히지 않겠느냐는 여당프리미엄걱정에 이르기까지 수세를 감추지 못하는 실정.
재야거물의 영향력행사에 대해서는 민정당후보들도 내심 퀭겨하는게 사실인데 전남의 경우 일단 『돌아온다고 가정해서 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있다는 것.
영남쪽에서도 신당후보들은 김영삼씨의 지원을 기대하면서도 미해금자의 정치활동에대한 당국의 경고에 신경을 쓰는 실정이다.
대정부비판으로 한몫 보려는 것이 야당후보들의 공통된 작전이지만 비판의 「기회」와 「무대」를 확보하는데 애로를 느낀다는 실토다.
강원의 경우 야당측은 「강원푸대접」론을 들고나설 기세이나 그것도 경춘고속도로기공식 같은 것이 곧 있을 예정이어서 여당측은 느긋한 자세이고 동해삼척의 김정남의원(민정) 같은이는 거액의 예산이 들어가는 「태백산특정지역개발계획」을 따내 야당측이 아예 푸대접논을 제기하기 어렵게 돼있다.
따라서 야당측은 선거전의 가열로 차츰 붐조성이 되기를 고대하면서 개인인기와 사조직을 가동하는 단계에 있는 상태다.
민한당과 신당이 아직 전국적인 규모에서 야당성논쟁을 벌이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역구별로 선명성을 놓고 티격태격인데 이틈에 개인기반에 의존하는 국민당이 어부지리를 보는 곳도 있다.
구공화당정권에 대한 뿌리깊은 연고를 갖고있는 경북의 한 국민당의원은 『서울에서 민족중흥회 모임이 있으면 제백사하고 올라간다』며 『전직 동장등으로 짜놓은 조직들로 아직 큰 기대를 걸고 있기때문』이라고 설명. 그래서 국민당후보들은 지역별로 차이가 없지 않으나 은근히 뿌리찾기를 내세워 조직을 다지는 전법을 쓰고 있다.
현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당의 이같은 득표작전은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면 달라질 수도 있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변수로는 무엇보다 야당측이 기대하는대로 붐이나 바람이 과연 이느냐 여부와 선거과정을 관리하는 당국의의지, 후보들의 자금동원규모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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