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판정이 불상사를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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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농구 점보시리즈에서 새해 첫날부터 판정불복·기권의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번 점보시리즈 들어 고려대의 게임몰수, 중앙대감독의 선수구타등 사건이 잇달아 터져 농구코트의 정화가 시급하다.
지난1일 벌어진 여자부 준결승에서 한국화장품은 경기종료 11초를 남기고 47―46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공격중 조병길 주심이 중앙선반칙을 선언, 태평양화학에 공격권을 내주자 이에 불만을 품고 결국 기권했다.
이날 사건의 발단은 후반 들어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한국화장품이 경기종료 20초전 공격권을 잡아 중앙선근처에서 딜레이플레이(지공)를 하던 중 박양계가 볼을 중앙선뒤로 떨어뜨리면서 일어났다. 조병길 심판은 중앙선반칙 (공격팀은 중앙선을 넘어선 후 다시 볼을 넘겨올 수 없다)을 선언했으나 한국화장품은 태평양화학의 임삼숙이 뛰어나오며 볼을 쳤기 때문에 엄연히 오심이라고 주장하며 35분간 옥신각신했다.
흥분한 한국화장품의 임광정 사장은 본부석에서 직접 코트로 내려와 TV비디오로 재판정을 내리든가 혹은 심판이 잘못을 솔직이 시인한다면 경기에 응하겠다며 강경한 항의를 했다. 결국 농구원로들의 종용으로 한국화장품은 다시 코트에 들어섰으나 테크니컬 파올이 선언되자 기권하고 말았다.
한국화장품은 이날 판정에 대해 농구협회의 해명이 없는 한 6일 벌어지는 3·4위전은 물론 2차대회 이후의 모든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사고는 농구계에 뿌리깊게 만연되어있는 심판에 대한 불신풍조에서 비롯된 것.
점보시리즈가 시작되면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이 모두 심판들의 판정시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심판들의 수준이 선수들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모호한 판정으로 말썽의 원인이 되곤한다. 특히 이같은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농구협회의 수습책이 흐리멍덩하여 더 큰 비난을 받고있다.
농구협회는 구랍 29일 심판 부조리 기사에 불만을 품고 스포츠동아 이계홍기자에게 폭언을 퍼부은 이종만 심판으로부터 심판 사퇴서를 받았다. 그러나 농구경기장의 잡음은 사라지지 않은채 더욱 커져만가고 우유부단한 농구협회는 먼산의 불을 보듯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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