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2 연평해전 13주년, 해군은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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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 결정전 날 세상을 놀라게 했던 제2 연평해전 발발 13주년을 맞는 오늘의 감회는 그 어느 해와 다르다. 때마침 제작된 영화 ‘연평해전’이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개봉 나흘 만에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날 우리 영해를 사수한 고 윤영하 소령을 비롯, 전사 6용사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국민이 결코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호응하듯, 한민구 국방장관도 오늘 제2 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해 국방장관으로선 처음으로 추모사를 낭독한다고 한다. 27일에는 6용사의 이름으로 명명된 유도탄고속함 6척이 서해상에서 함께 기동훈련을 벌였다.

해군은 제2 연평해전 이후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한다. 신속 대응을 위해 교전 수칙을 단순화하고, 고속정(140t)과 유도탄고속함(400t)의 방탄 기능과 화력을 보강해 생존력을 높였다. 인천급 신형 호위함은 해상작전헬기를 탑재하고 전술함대지 유도탄을 장착해 도발원점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잘한 일들이지만 과연 우리 해군이 언제 있을지 모를 북한의 새로운 도발을 별 희생 없이 막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는다. 제2 연평해전 후 강화 조치의 일환인 해상작전헬기 선정 과정에서 국가보훈처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고, 천안함 침몰처럼 충격적인 일을 겪고 만든 구조선인 통영함 납품 비리로 전직 해군참모총장마저 구속되는 게 우리 현실인 까닭이다.

 국민들이 제2 연평해전의 희생을 뇌리 속에 기억하고 있는 것은 군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군은 대오각성으로 이에 보답해야 한다. 방산 비리는 평소 눈에 띄지 않다가 가장 위험한 순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비리의 근원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해군 장병들은 무고한 희생을 또다시 강요받게 된다. 그러면 국민의 애정은 분노로 바뀌고 우리 군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국민의 애정을 잃은 군은 어떠한 첨단무기로 무장해도 결코 강해질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