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지식 도외시한 「고발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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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회고발프로그램(학자에 따라서는 탐색프로그램이라고도한다)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뒷받침이 돼야할 것은 주제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사전지식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섣부른결론을유도하는 것은「코끼리 뒷다리 만지는격」이 되거나 문제의 핵심에서 비켜난 어정쩡한 것이되기쉽다.
KBS 제2TV『추적 60분』은 지난주「어느 환자의 탄원서」를 방영했다.
수술후 실어증과 전신마비가 일어난 환자측과 전신성홍반성낭창이라는 희귀병을 발견·치료했다는 의료진측 사이에서 야기된 의료분쟁을 환자측의 탄원서를 시발점으로 입원에서 현재까지를 더듬어 추적해본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프러듀서는 양측주장의근거를 제3자적 입장에서 추적·분석한후 『의사와 환자간의 불신이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있다.
의료분쟁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을 땐 문제를 다뤄보고자 했던 제작진의 용기와 합리적인 접근법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의 문제 분석이 과연 철저했느냐는 데는 의문의여지가 있다.
법명규정이전의 두차례 수술은 이 병의 치료와 어떤 관계를 지니는가, 약물투여·수술등의 자극으로 잠재해 있던 병이 나타날수있다면 (의사측 설명)그것과 이전의 수술과는 무관한 것인가등의문제도 따지고 들어갔어야 했다.
이 프로그램은 응급실의 운영·주치의배정·각과사이의 연관관계·입원환자에 대한 통상적인 검사와 치료등 병원의 일상적 일을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며 정작 깊고 넘어가야할 가장 큰 핵심을 간파해 버린것은 사전지식이 미흡했던 것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한 문제를 해결해가는데 있어 다른 전문의료인의 견해를 담아보지 않은것도 「의사와환자와의 불신」이란 비약적 결론을 내린한 요인이 아닌가한다.
의료분쟁에 대한 가늠쇠는 불신보다는 수술후 후유증등에 대한 사전고지가 될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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