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도둑고양이 사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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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거리를 배회하는 도둑고양이들 때문에 못살겠다." "애완동물은 인간의 친구다. 그런 잔인한 법이 어디 있느냐."

미 위스콘신주에서 도둑고양이 사냥 허용 법 제정 문제를 놓고 이 같은 논쟁이 격렬하다. 한 환경단체가 11일 도둑고양이 사냥 허용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투표 결과는 찬성이 6830명, 반대가 5201명으로 찬성이 많았다. 카운티(구)별로는 51곳이 찬성하고, 20곳이 반대했다. 찬성론자들은 "위스콘신주에만 200만 마리의 도둑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들에게 잡아먹히는 새의 숫자는 한 해에 4700만~1억3900만 마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도둑고양이를 살리려고 새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지 않거나, 주인의 통제하에 있지 않은 고양이들은 스컹크나 다람쥐처럼 사냥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가 알려지자 애완동물 옹호론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며칠 사이에 20만 명이 입법 반대 서명을 했다.

'고양이를 죽이지마'라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이 사이트 운영자 테드 오도넬은 13일 CNN에서 "결코 그런 잔인한 법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짐 도일 주지사도 "도둑고양이를 쏴 죽이는 법을 만들면 사람들이 우리 주를 보고 웃는다"며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와 미네소타주에는 도둑고양이 사냥 허용 법이 있다. 따라서 위스콘신주의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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