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으로 뮤지컬 ‘맛’ 보여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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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월 2∼6일 대구, 6월 9∼13일 구미, 6월 30일 거창, 7월 4일 영덕, 7월 10∼11일 순천, 7월 14∼15일 청주, 7월 18일 논산, 7월 24∼25일 부산….

 서울 동숭동 엔에이(NA)뮤지컬컴퍼니의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일정이다. 같은 기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도 울주·대전·부여·부산 등에서 공연한다. 전국을 도는 유랑극단 수준이다. 태양섭(46·사진) 대표는 “아직도 뮤지컬을 못 본 사람들이 많다. 더 많은 사람에게 공연 ‘맛’을 보여주고 싶어 합리적인 가격의 창작 뮤지컬로 전국 곳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대부터 서울 대학로 연극판에서 무대 미술 일을 했던 태 대표는 2001년 회사를 설립, 뮤지컬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초점은 ‘가족 관객’이었다. “20∼30대 관객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연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는 바람이 컸다. 어른과 아이들이 동시에 좋아할 만한 작품을 골랐다. 그동안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 ‘노틀담의 꼽추’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 ‘돈키호테’ 등을 만들었다.

 태 대표는 ‘너무 비싼’ 뮤지컬 티켓 가격에 할 말이 많다. “뮤지컬 가격 문턱이 너무 높아요. 4인 가족이 뮤지컬 한 편 보고 밥 한 끼 사먹으면 50만원은 족히 드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게 다 비싼 로열티 물고 외국 작품 라이선스 제작하는 풍토와 스타 캐스팅 때문이죠.”

 그가 만드는 뮤지컬 제작비는 편당 3억원 정도다. 무대 디자인과 세트 제작은 그가 직접 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티켓 값은 최고 3만원 선에 맞춘다. 3년 전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할 때는 좌석 등급을 없애는 실험도 했다. “돈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에 앉는 게 아니라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에 앉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일찍 예매하는 사람이 ‘VIP석’의 행운을 누렸다.

 “얼마 전 원주에서 고등학생 대상으로 공연을 했는데 아이들 10명 중 8명이 뮤지컬을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지방에 시설 좋은 공연장이 참 많아요. 그런데 콘텐트가 없어 한 달 동안 놀리기도 했다니…. 우리 같은 공연 제작자들이 더 부지런히 뛰어야지요.”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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