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딸들 20년간 1000만명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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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지난 20년간 최소한 1000만 명의 딸이 사라졌다."

dpa통신은 9일 "남아 선호사상이 뿌리 깊은 인도에서 태아 성감별과 낙태 때문에 최소한 1000만 명의 여아가 태어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와 캐나다 연구팀이 1997년 인도 전역의 110만 가구에서 출생한 13만3738명의 성비(性比)를 분석한 보고서를 인용해서다. 재미있는 것은 맏이가 딸이냐, 아들이냐에 따라 동생들의 성비가 심한 차이를 보인 점이다. 인도에서 아들은 가문을 이어가고 나이 든 부모를 봉양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반면 딸은 결혼할 때 지참금까지 줘야 하고 출가외인이 된다.

그런 탓인지 맏이가 딸일 경우 둘째가 딸인 비율은 뚝 떨어졌다. 남아 1000명당 여아는 759명에 불과했다. 첫째.둘째가 딸일 때 셋째의 성비는 남아 1000명당 여아 719명으로 더 떨어졌다. 맏이가 아들일 때와 비교하면 영 딴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97년의 경우 낙태가 전혀 없었다면 1360만~1380만 명의 여아가 태어나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태어난 여아는 그보다 59만~74만 명이 적었다. 세상 구경도 못한 채 사라진 딸들의 숫자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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