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634. 죽음을 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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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죽음'과 '죽임'이란 말을 가려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당하다'가 붙으면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단종은 믿고 의지했던 숙부 세조에게 죽음을 당했다"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영조에게 죽음을 당했다"처럼 쓰는 예가 있으나 이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누군가의 의도적 행위에 의해 죽게 될 때는 '죽이다'의 명사형인 '죽임'을 써서 '죽임을 당하다'라고 해야 한다. '따돌림/망신을 당하다'와 같이 '당하다' 앞에도 사동사의 명사형이나 사동의 뜻을 가진 명사가 오는 게 자연스럽다.

"홍수로 많은 백성이 죽음을 당했다"처럼 자연재해나 사고로 죽게 되는 경우엔 '죽음을 당하다'라고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동적 표현보다는 "백성이 죽었다"로 쓰는 게 더 바람직하다.

이은희 기자

▶ 자료제공 :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 홈페이지 : (https://www.joongang.co.kr/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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