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동적인 양상이 주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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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체코교포 이기순씨 부부전이 서울가회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25∼10월1일=한국미술관, 3∼12일=신사동예화랑).
이번 전시회에 이기순씨는 동양적 환상이 담겨있는 타피스트리를, 부군「야로슬라브·베이체크」씨는 양괴감이 넘치는 전통조각작품을 내놓았다.
개관되자마자 관람객이 줄을 잇고 작품을 사겠다는 사람도 많아 주최하고있는 예화랑 (대표김태성)은 즐거운 비명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이씨의 작품이 소재는 한국적이고 기법은 체코미술의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이번에 내놓은 이씨의 섬유예술작품은 하나같이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수궁가의 한장면을 묘사한『토끼와 거북』, 장자의『호접몽』을 연상케하는『꿈』, 금세「내고향남쪽바다 그 파란물」이 튀어나올 것 같은『남해의 노래』등 한국적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법은 독특하다. 직접 천을 까는게 아니고 만들어진 바탕천 외에 양털을 놓고 평평한 털바탕에 분필로 그림을 그려 넣는다. 털을 배경으로 미리 염색한 다양한 색깔의 양털을 올려놓고 다림질을 함으로써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씨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체코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다.
체코에서의 경우는 한국과 반대다. 소재는 동양적이면서도 체코특유의 技法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예로 학교에서 주문한 작품에 서당훈장에게 회초리 맞는 장면을 묘사하고, 병원에서 요청한 작품에 인삼을 추상적으로 그려 넣어 호평을 받았다.「야로슬라브·베이체크」씨는 체코슬로바키아미협 주석을 지낸 조각가.
그의 작품은 체코를 비롯, 유럽 여러나라의 공공시설과 미술관에 많이 수장되어 있다.
그의 작품경향은 유렵의 깊은 전통에 뿌리박고 있으면서 확산하는 힘으로 지적이고 의지적인 공간을 창조해낸다.
체코에서 자유화운동을 하던 자신의 모습을 양괴감있게 표현한 작품들이다. 테크닉도 거대하고 강해서 보는 사람을 깊은 감동으로 사로잡는다.
그럽 이듈 부부의 작품세계에바탕을 이루고 있는 체코현대미술은 어떤것일까.
18세기초 균형이 잡힌 정적이고 이상주의적인 르네상스미술을 밀어내고 유럽에서 유행한 현실적이고 동적인 양상을 띤 바로크미술이 체코미술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부부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다이내믹하다』고 특깅짓는다.
프라하거리는 중세기의 고딕식, 르네상스, 바로크, 아르누보가 공존한다.
하지만 건축·조각·희화·공예에 이르는 모든 미술이 현실적이고 동적인 바로크미술로 집약되고 있다.
바로크미술의 새로운 발현이 오늘날 체코 현대미술의 대표적 양상이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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