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쌀 때 물려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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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상장.등록 회사의 소유주들이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물려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증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증여 시점도 해당 회사의 주가가 약세였던 점을 미뤄 볼 때, 주가 상승으로 증여세 부담이 늘기 전에 서둘러 지분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상장법인인 써니전자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이 회사 곽영의(60)회장이 장남 곽동훈(37)씨에게 자사 주식 3만1천주(1.55%)를 증여했다고 밝혔다. 동훈씨의 지분율은 기존 8.47%에서 10.01%로 늘어나 이 회사의 주요 주주에 추가됐다. 증여 시점인 14일 써니전자의 주가는 3천7백45원으로 지난해 3월 고점에 비해 70% 가량 하락한 수준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가급적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약세일 때 증여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정몽근(61)회장도 3월 24일 22만주(1%)를 장남 정지선(31)부회장에게 증여했다. 鄭회장의 지분율은 19.01%로 줄었으며, 鄭부회장의 지분율은 6.22%로 늘어났다.

증여 당시 종가는 1만8천5백원으로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H&S와 분할한 뒤 재상장된 지난해 11월 25일의 종가 2만8천6백원에서 35% 떨어진 수준이었다.

코스닥 등록법인인 삼진의 김평길(61)사장도 지난달 17일 아들 김승철(32)씨에게 주식 14만주(23.34%)를 증여해 승철씨는 부친 대신 이 회사 1대 주주에 올랐다.

증여가 이뤄진 시점의 주가는 6천2백30원으로 지난해 3월 고점에 비해 60% 가량 하락한 상태였다. 이 밖에 코스닥의 이화공영 최삼규(64)사장은 현금을 증여한 뒤 자신이 판 주식을 두 아들이 장내에서 매수하는 방법으로 자녀들의 지분율을 높이도록 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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