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때 4대입법 들고나와 서민·중산층 지지 하락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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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26 재선거 참패 뒤 열린우리당 내부에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4일 개원 1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열린우리당의 비전' 토론회에서도 "창당 2년 만에 재창당을 시도해야 할 위기"라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양형일 열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기조 발제에서 "17대 국회 개원 후 여당이 처음 추진한 것이 (서민을 위한) 재래시장육성법"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말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입법'을 들고 나오면서 정치적 논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4대 입법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서민.중산층이 위축되는 상황에 맞는 개혁 과제였는지 재고해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양 부원장은 또 "열린우리당이 지금 모색하고 있는 서민.중산층 대책에 17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전력 투구했다면, 과연 여당이 오늘의 상황에 처하게 됐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민생적 요구보다 정치.이념적 접근이 이뤄짐에 따라 총선 때 보였던 서민.중산층 중심 지지층이 진보 성향의 지지층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며 "여기서부터 여당 지지도의 하락 추이가 가속화됐다"고 강조했다. 당 주도세력에 대해서는 "'정통 민주화 세력'이라는 단일 개념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것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겠느냐"며 "서민.중산층을 위한 중도적 진보세력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지닌 청년세력이 새롭게 규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열린우리당은 수습책 마련에 부심했다. 정세균 의장 등 비상집행위원들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심야 워크숍을 열고 다음해 2월 1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구체적 선출 방식은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은 이 밖에 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일반 당원은 물론 당원이 아닌 국민까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당이 나아갈 바에 대한 '쓴소리'를 듣기로 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고 철저하게 반성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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