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죽리초교 이색 학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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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양구 죽리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국어 시간에 '꽁지따기 말놀이'를 하며 공부하고 있다. [죽리초교 제공]

지난 6일 양구군 양구읍 죽리초등학교 1학년 교실.

어린이 12명이 3개 모둠으로 나눠 텔레비전을 통해 연예인들이 벌이는 끝말잇기 게임 '쿵쿵따' 를 보는 것으로 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어 모둠 별로 제시된 단어 '미꾸라지' '공책' '사과' 의 끝말로 시작하는 단어를 종이에 적어 늘어놓는 '끝말잇기 기차 만들기'가 진행됐다. 다음에는 '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 '라는 내용의 '꽁지따기' 놀이가 계속됐고,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폭탄 끝말 잇기'도 등장했다. 다양한 놀이가 계속되면서 수업시간 45분이 금세 지나갔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말놀이를 통해 국어 학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학습방법 개선 연구학교'로 지정받은 학교측이 '말놀이를 통한 국어 학습법'을 도입한 결과다. 새 학습법에 적용하기 위해 교사들은 관련 논문을 뒤지고 텔레비전과 신문 등에서 자료를 수집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컸다.

아직 국내에 연구 사례가 적은 데다, 소집단이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말놀이를 국어 공부에 적용한 경우는 이 학교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대부분의 학생이 딱딱하고 지루하게 여겼던 국어가 이젠 재미있는 과목으로 바뀌면서 실력도 쑥쑥 늘고 있다. 6학년 최장우 군은 "요즘에는 텔레비전의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도 즐겨 본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그 동안 학습에 적용했던 200여 가지의 다양한 말놀이를 엮어 '국어야 놀자'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최근 발간했다. 이 자료는 앞으로 강원도내 각 학교에 배포돼 학습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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