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가을의 전설' 고쳐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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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누가 주인공인가. 오승환(23.삼성)이다.

200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승을 먼저 올린 삼성에서 김재걸.김대익.김종훈 등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그래도 그 2승을 뜯어보면 1승1세이브를 올린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중심에 있다. 오승환은 삼성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의 핵이다. 오승환을 중심으로 게임에 대한 구상과 진행, 마무리가 이뤄진다. 그래서 오승환이 막아내면 삼성이 이기고, 오승환을 무너뜨려야 두산이 이긴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 얼마나 잘하나

오승환은 두산을 상대로 평균자책점(방어율) '0'이다. 정규시즌(14와3분의1이닝)과 한국시리즈(5이닝)를 합쳐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1차전 2이닝 무실점, 2차전 3이닝 무실점. 두산 김경문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오승환을 공략할 수 있다. 오늘 타구의 질이 좋았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나름대로 대비를 했는데 실전에서 잘 안 된다. 그저 (오승환이) 운이 더 좋았던 것으로 본다. 분명 우리 타자들이 칠 시간이 있을 것이다"라고 약간 물러났다.

◆ 왜 잘하나

챔피언반지는 손가락이 아닌 심장에 낀다. 오승환은 '강한 심장'으로 던진다. 그만큼 배포가 크고 뚝심이 세다. 2차전 10회 초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등판,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프로에 갓 입단한 신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강한 심장에 특유의 투구 폼, 묵직한 볼 끝, 자신감이 보태진다. 오승환은 공을 놓는 시점에서 내딛는 왼발이 한 박자 땅을 '툭'하고 차는 듯한 특유의 폼을 갖고 있다. 이 투구 폼에 타자들이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엇박자가 된다는 얘기다. 거기에 백스윙은 작고 앞으로 공을 충분히 끌고 나와 볼 끝이 좋다. 그 돌덩이 같은 직구는 쳐봐야 방망이가 부러지기 일쑤다. 직구와 함께 제구력을 갖춘 슬라이더와 커브가 있다.

◆ 어떻게 치나

전문가들은 "오승환은 직구를 공략하기보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커브를 노려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1차전 8회 초 장원진의 우전안타). 또 치려고 대들기보다 카운트를 길게 끌고 가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2차전 연장 11회 전상렬의 볼넷). 펑펑 때릴 생각은 하지 말고 작게, 흔들어서 점수를 뽑는 전략이 현명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작 오승환은 여유만만이다. 2차전 무안타로 3이닝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뒤 "이제 좀 나아졌다. 1차전 공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별로 힘들지도 않다"고 자신감에 확신까지 보탰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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