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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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버지 윤재철 (1953~ )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이 점차 혼미해지면서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거기서 아버지는 몸부림치며

집으로 가자고 소리쳤다

링거 주삿바늘이 뽑히고

오줌주머니가 떨어졌다

남자 보조원이 아버지의 사지를

침대 네 귀퉁이에 묶어버렸다

나중에는 의식이 없어

아무 말도 못하면서

짐승처럼 몸부림만 쳤다

팔목이며 발목이 벗겨지도록

집으로 가자고

고향도 아니었다

집이나마나 창신동 골목길 셋방이었다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그리운 곳은 바로 집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가장 그리운 곳은 병원이 아니라 집이다. 비록 단칸방일지라도 내가 몸 비비고 체취를 풍기던 내 집이 가장 편안하다. 집은 내 육체와 정신의 천국이자 안식처다.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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