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옮겨올라" 철새 도래지 방역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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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방역 비상=가창오리.기러기 등 매년 70여만 마리의 새들이 날아오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전북 군산시 나포면 금강하구둑의 철새 조망대는 11일 긴장감이 흘렀다. 보건소 직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출입문에 발판 소독저를 설치하고 오후에는 건물 안팎에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철새를 구경하기 위해 조망대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소독저를 통과해야만 출입이 허용됐고, 동남아 관광객들은 아예 출입을 제지당했다.

2003년 조류독감으로 140만 마리의 닭.오리를 처분하는 등 큰 피해를 본 충남도 역시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도와 시.군에 23개의 상황실과 445개의 방제단을 편성하고 매주 수요일 닭.오리 농장에 대한 일제 소독을 실시키로 했다. 각 농가에는 철새가 축사나 사료창고, 분뇨 처리장 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치고 비닐을 덮도록 권유하고 있다.

경남도는 양계농가 등에 철새 도래지의 방문을 금지하고 닭을 축사에 가둬 철새와의 접촉을 차단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농민들에게 수시로 보내고 있다.

강원도는 매년 10여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찾아오는 철원 지역을 중심으로 철새의 분비물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 철새축제에도 불똥=철새 도래지로 이름난 지자체들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기획한 철새축제 등의 행사를 망칠까 우려하고 있다. 12월 1일부터 '제2회 세계철새 페스티벌'을 준비 중인 군산시는 15일부터 신문.방송에 축제를 홍보하는 등 대대적인 분위기 띄우기에 나설 계획을 취소하고 탐조투어 등 행사도 축소키로 했다. 21일부터 한 달 동안 '천수만 철새기행전'을 여는 충남 서산시 역시 딜레마에 빠졌다. 농림부가 조류독감 유입을 경계하며 일반인에게 철새 도래지의 출입 자제를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산시는 우선 관광객 차량 자동 소독, 차량 밑 철저 소독 등 긴급 방역대책을 마련했다. 탐조버스 운행 때는 관광객들이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고, 하차시 신발소독 후 다시 승차하도록 했다. 군산시 철새조망대 김용구 소장은 "현재로는 매년 70여만 명 이상이 찾아 오는 철새축제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만일 국내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할 경우 행사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곤혹스러워했다.

조한필.장대석.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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