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지진] 한국국제협력단원들이 전한 카슈미르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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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총재 신장범) 소속 한은정(26.(左)), 김누미(28.(右))씨는 지금도 식은땀을 흘린다. 이틀 전인 9일 오전 8시50분, 첫 강진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북쪽의 카슈미르 지역을 덮칠 때의 공포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이슬라마바드에 온 한씨는 지진 당시 알막퉁 시각장애자 특수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었다. 첫 수업이 막 시작됐을 때 갑자기 천장에 매달린 넉 대의 선풍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곧 이어 벽에 달린 달력이 떨어지고 창문 유리가 깨져나갔다. 학생들이 놀라 울부짖기 시작했다. 교장에게 즉각 알리고 아이들을 얼른 집으로 돌려보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한씨는 그만 땅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사는 10층짜리 파크타워에서 한 동 건너에 있던 15층짜리 마르갈라 아파트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파크타워와 무너진 마르갈라 사이의 알 무스타파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엔군 소속 한국군 가족들 10여 명이 건물 앞에 모여 있는 것을 봤어요. 어떤 아주머니는 속옷도 없이 티셔츠만 걸치고 있었죠. 아이들은 기저귀도 못 찬 채 울고 있었고요." 한씨는 10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목사 부인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어요. 지진이 났을 때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뚝배기 뚜껑이 수m나 날아가는 걸 보고 정신없이 아파트 계단을 뛰어내려왔다고 하더군요."

파키스탄 교육부의 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김누미씨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직장 상사에게 지진 얘기를 듣고는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와 간단한 가재도구만 챙겨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현재 KOICA 숙소에 대피 중이다.

현지 KOICA 행정직원 박종영씨는 "현재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KOICA 요원은 모두 22명이며, 1명 외에는 모두 이슬라마바드와 그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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