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과실에 집착 풍토 증시 인재들 떠나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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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업계의 '30년 파수꾼'인 대신증권 김대송(57.사진) 사장이 4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세대교체가 활발한 곳으로 꼽히는 증권업계에서 원로급 최고참으로 통한다.

김 부회장은 1975년 10월 대신증권에 공채 1기로 발을 들인 뒤 산전수전을 겪으며 꼭 30년 만에 부회장까지 올랐다. 97년부터는 사장을 맡아 업계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굳혀왔다.

김 부회장은 "30년 세월 동안 증시는 참 많이 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은행에 비하면 옛날 증권사들은 많이 낙후했다. 인력은 물론 고객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고 회고했다. 증권업계가 투기판으로 치부되고 약정 경쟁에 밀려 고객은 뒷전이었던 시절에 대한 반성이다.

그러나 그는 "외환위기를 겪고 혹독한 증시 침체를 경험하면서 증권사들이 차츰 고객 입장에 서게 됐고, 과도한 약정 싸움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고객 위주의 자산운용 영업이 강조되고, 마침 펀드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증시는 지금처럼 한 단계 성숙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이 모든 광고 포스터에 '고객 수익이 쑥쑥'이란 문구를 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객에게 수익을 남겨주지 못하면서 수수료 빼먹기에만 치중하는 증권사는 결국 망하고 만다는 김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담은 것이다. 1년 전부터는 직원 평가를 할 때도 전처럼 매매약정을 많이 올렸는지가 아니라 고객에게 수익을 얼마나 안겨줬는지를 주로 따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인재를 키워야 증시가 더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 증권맨'들을 더 키워야 회사는 물론 고객들의 기쁨도 배가 된다는 소신에서다. 최고참 입장에서 뛰어난 후배들이 단기 과실에만 연연하는 증권사 풍토에 밀려 시장을 떠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는 이날 부회장 승진에 대해 "경륜을 밑바탕에 깐 정도 영업으로 다른 증권사는 물론 은행.보험사 등 타 권역 금융사들과도 진검 승부를 펼치라는 주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주가와 관련해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자산가치로 볼 때 앞으로 한국 증시가 더 오를 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 과욕을 부리면 낭패를 볼 수도 있는 만큼 호흡을 길게 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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