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들 도청시기 입 맞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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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29일 "일부 국정원 직원들이 도청 사실을 시인했지만 2002년 3월 이전에 한정하고 있다"며 "2003년 3월 이후의 도청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기획된 진술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달 5일 자체 조사 결과 발표와 이후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DJ정부 시절의 불법 도청 행위를 시인하면서 그 시기를 2002년 3월까지로 못박았다. 2002년 3월 이후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본격화된 민감한 시기다.

검찰은 이 시점 이후의 불법 도청 행위가 드러날 경우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국정원 측이 직원들에게 도청 종료 시점을 맞추도록 지시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2002년 '도청 문건'이라며 공개했던 자료에는 정치인들의 전화통화가 3월 28일까지 도청된 것으로 나와 있어 국정원 측의 갑작스러운 도청 중단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2002년 9월 국정원 도청 자료라고 폭로한 문건에는 당시 외국에 머물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해 5월과 9월 초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김연배 사장 및 청와대 김모 비서관과 국제통화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정 의원 등의 폭로 문건은 도청이 아니고는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이었으나 국정원은 도청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했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국정원 측으로부터 DJ정부 시절 도.감청 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자급 직원들의 "도청업무에 가담했다"는 자술서 등 자료를 넘겨받고 이미 소환조사한 국정원 실무자 30여 명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이날 "김승규 원장이 과거의 잘못을 다 털어야 새롭게 도약할 수 있고, 실무 직원들이 과거 진실에 대한 고백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장혜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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