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삐」와 워키토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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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뻐·삐-삐·삐』-포키트 속에서 갑자기 울리는 기계음(기계음)에 화들짝 놀란 송재형 차장 (32· 경산무역영업2부)은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통을 붙잡는다.
『회사 지휘본부지요? 송 차장입니다』- 『급한 상담 (상담)이 있으니 ××호텔 로비로 가서 바이어를 만나시요』
송차장은 무역협회에서 챙기던 업무를 일단 중단하고 바이어를 만나러 떠난다.
의류와 일용잡화 등을 주로 수출하는 경산무역 (서울능동)은 지난해 12월 한국전기통신 공사에 무선호출신호기(페이징·Paging)30대를 청약, 10일전 2대를 우선 승낙 받아 활용하고 있다.
머리와 발로 뒤는 수출 세일즈맨들을 1백% 가동시켜 업무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 페이징 구입동기.
시내 출장이 잦은 세일즈맨들은 자신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회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뛴다.
세계를 한가족으로 이어준 무선통신-무한대로 발전한 무선통신 시스팀이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삐삐』 , 포키트 벨 등의 애칭으로 불리는 페이징은 고작 담배 갑 크기지만 전화나 전파를 연결시킨 무선통신의 이기.

<안 보이는 끈 역할>
페이징 시스팀은 외부에 있는 페이징소지자에게 급한 연락이 있을 경우 고유의 페이징 번호를 전화다이얼로 들리면 초단파로 변환돼 원하는 상대방의 페이징에 도착, 『삐삐…』 소리를 내게된다.
신호를 받은 페이징소지자는 미리 약속한 연락장소 (본부)로 전화를 걸어 호출 용건을 듣고 지시를 받는다.
한국IBM 기술부 엔지니어 유진배 씨(36)는 지난 신정연휴동안 페이징 덕분(?)에 두 번이나 호출을 받아 고객들의 컴퓨터를 「진찰」해야했다.
그렇지만 유씨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회사와 연락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느긋하게 연휴 스케줄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IBM의 페이징 용도는 6백여 명에 이르는 컴퓨터고객에 대한 서비스.
만능(만능)의 컴퓨터라지 만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까닭에 고장이 생길 수밖에 없어 엔지니어들은 항상 대기상태에 있다.
컴퓨터는 잠깐 동안만 멈춰도 고객의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에 신속한 애프터서비스가 생명. IBM측은 고객 서비스센터와 담당엔지니어를 페이징으로 연결, 고장 신고를 받는 즉시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시키고있다.
IBM측은 페이징 35대를 청약, 현재 2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간부와 엔지니어 등 1백 명에게 모두 페이징 시스팀을 갖추도록 할 계획.
페이징 22대를 청약한 대한항공은 아직 활용방안을 결점하지 않았지만 각 부서별로 이를 할당, 외근 자들의 비상연락용으로 쓸 계획이다.
기자 비상연락용으로 페이징을 받은 A신문의 B기자는 자신의 페이징 고유 넘버를 곁눈질한 동료가 딴 방에서 전화 다이얼을 돌려 호출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회사에 전화를 걸어 낭패를 당한 난센스를 빚기도 했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올 연초까지 2천7백대의 공중통신용 페이징을 보급하기로 하고 지난해12월11일부터 청약 접수를 받기 시작, 현재 2천1백여 대를 청약 받았다.

<연내 8천대 보급>
페이징 청약자는 공공기관·언론기관·병원이외에도 일반기업체에서 5백여 대를 신청, 큰 관심을 나타냈다.
통신공사 측은 청약자중 지난 연말까지 2백40여대를 공급했고 올해 안으로 모두 8천 대를 공급할 계획.
페이징의 송·수신 범위는 서울시내 전역, 비용은 가입금 l천5백원, 설비비 15만원, 한달 사용료 1만2천 원.
일본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페이징이 보급되기 시작, 이미 1백만 대를 넘어 세일즈맨에겐 필수품이 됐고 육아원에서는 페이징이 준비된 가정의 자녀만 입학시킬 정도로 생활화됐다.
서울대병원에 보급된 페이징은 79년 신축 병동개원 때 체신부로부터 허가 받은 자체 터미널방식·레지던트 이상의 의사와 간호원· 실무관리자 등 4백여 명이 소지하고 있다. 페이징 소지자에게 신호와 함께 송화가 가능하지만 병원구내를 떠나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페이징처럼 무선통신을 이용한 휴대용 송·수신기(워키토키) 도 80년 이후 법인사업체와 단체 등에까지 허가를 개방, 전국에 2천여 대가 보급됐다.
워키토키는 이젠 지하철 공사장·건축현장·항만하역장 등 대단위 작업장에선 필수품이 됐고 호텔경비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하철2호선 6∼10공구(한신공영시공) 토목부 이문열 대리는 지하20m작업장과 지상을 연결하거나 발파작업을 할 경우 종전의 육성·수신호·호루루기는 거의 쓸모가 없게돼 워키토키 4대를 사용한다고 했다.
서울힐튼호텔 신축공사장 (대자시공)의 윤명수 대리는 지상21층의 타워클레인과 지상의 인부가 워키토키 교신을 통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자재를 운반, 공기를 6개월쯤 단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기 단축에 한몫>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워키토키를 사용해온 호텔 신라는 경호·경비용으로 모두 14대를 가동, 지난해 9월엔 범행을 하고 달아나는 소매치기 범 2명을 신속하게 추적, 모두 검거 할 수 있었다.
워키토키 비용은 송·수신기 구입비용 60만원, 신청비 1만2천원, 1년마다 정기검사 수수료7천 원 정도.
페이징과 워키토키의 생활화는 무선통신의 엄청난 발전 속도에 비하면 실로 작은 발걸음일지는 모르지만 전파가 세계인의 공용물이란 사질을 실감케 해주는 한 단면이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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