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돈주고 불법 녹취록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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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불법으로 도청된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가 재미동포 박인회(58.구속)씨에게 불법도청 자료를 넘겨받는 대가로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공갈미수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된 박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기자는 2004년 12월 5일 박씨로부터 삼성 관련 내용이 들어있는 불법 도청 녹취록 요약 보고서를 건네받았다. 이 기자는 같은 달 29일 미국 뉴저지에서 박씨를 다시 만나 취재 사례비 명목으로 미화 1000달러(100만원 상당)를 건넸다. 이 기자는 이어 "미화 1만 달러(1000여만원)를 더 주겠다"고 제안한 뒤 박씨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3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박씨의 부친 집 앞에서 도청 테이프의 복사본을 전달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기자가 제공한 돈의 출처와 박씨에게 돈을 건넨 이유 등에 대해 확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기자를 조만간 다시 불러 이 부분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 기자는 "1000달러는 제보에 따른 사례비로 회사(MBC)에서 공식 영수증 처리한 것"이라며 "1만 달러를 주겠다고 한 것도 특종에 따른 사례금을 박씨가 받을 수 있도록 회사에 건의할 생각에서 제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 "박씨가 '그럴 경우 제보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며 만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씨는 삼성 측에 불법으로 도청된 테이프를 건네주는 대가로 5억원을 요구한 데 이어 '돈이 여의치 않으면 200억원 정도의 건설공사 하도급권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박씨는 삼성 측의 거절로 돈을 받지 못하자 이 기자를 만나 "재벌그룹 비리를 방송해 달라"며 도청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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