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띄우기…유상 증자…대주주 횡령…코스닥 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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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상최고치를 다시 넘보는 종합주가지수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최근 눈에 띄게 상승 탄력을 잃고 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시장이 좋아질만하면 나타나는 대주주의 무절제한 지분 매각이나 대규모 증자, 이유없는 사업목적 바꾸기 등 시장 혼탁 행위를 그 배경으로 지목한다. 2000년 코스닥 시장 버블(거품) 당시의 현상이 재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를만 하면 물량 부담= 5월 말 저점 이후 대주주의 물량 처분과 유상증자, 불공정 공시 등이 부쩍 늘었다. 이런 총체적인 불투명성은 달아오르던 코스닥 시장을 차갑게 식게 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7월부터 8월 5일까지의 상승장에서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가 자사 주식을 판 것은 107건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는 주가가 오르자 대주주가 일부 지분을 장내 매도했다는 점에서 단기 급등을 이용한 차익실현으로 보인다.

크린앤사이언스.빛과전자.듀오백코리아.서울제약.제룡산업.로이트 등은 물론 대북송전 수혜주로 떠올랐던 제룡산업.이화전기도 주가가 급등하면서 대주주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주주 지분 매각 사실이 알려진 뒤 주가가 떨어졌다.

주가만 오르면 쏟아지는 유상증자도 문제다. 올들어 11일까지 코스닥기업의 유상 증자 결의는 244건으로 지난해 전체(241건)보다 많다.

삼성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증자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상승장에서 대규모로 쏟아지면 주가에는 악영향을 준다"며 "이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혼탁 줄어야 매력 되찾아=올들어 한달 평균 4~5건이던 불성실 공시가 7월에만 13건으로 크게 늘었다. 8월 들어서만 2곳이 더 불성실 공시 기업으로 지정을 받았고 지정 예고된 기업도 4곳이다. 이 중에는 공시를 통한 '주가 띄우기' 의혹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올들어 사업목적 변경은 256건에 달하며 이중 생명공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바이오 테마'를 노린 경우가 상당수다. 주로 실험실 수준인 바이오 관련 장외기업에 출자한 뒤 주가상승을 노리는 것이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11일 "많은 코스닥기업들이 바이오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의 실적이 내년 상반기 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주식을 보유한 기업 주가는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대주주의 자금 횡령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도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한국투자증권 장재익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의 탄력성이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는 불투명성 때문"이라며 "코스닥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주를 중시하는 등 마인드를 바꿔야 매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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